
안녕하세요, 정기영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에서 수면 장애를 진료하는 정기영이라고 합니다.
HCL 시스템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간 중심 조명, HCL(Human Centric Lighting) 시스템은 태양의 이동에 따라 조명의 색온도와 밝기를 변화시키는 조명 시스템입니다. 인간의 생체 리듬에는 태양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HCL 시스템은 태양광에 맞게 조명을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의 생체 리듬과 심리적 상태, 건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Human Centric Lighting System, 의미 그대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조명 시스템인 것이지요.

일반 조명 대신 HCL 시스템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몸은 태양의 흐름에 따라 24시간 동안 생체 기능이 변화합니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태양빛에 따라 낮과 밤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우리 몸 안에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생체 시계’라는 개념입니다. ‘생체 시계’의 리듬에 따라서 생체 기능이 변화하는 것이 ‘일주기 리듬’이고, 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태양빛인 것이지요. 낮에는 가장 밝고, 밤에는 어두워지는 시스템에 맞춰 생체 리듬이 만들어져 있는데, 한 번 켜면 끌 때까지 일정한 빛이 유지되는 일반 조명은 태양광의 흐름과는 달라 생체 기능에 순응할 수 없게 합니다. 반면, HCL 시스템은 태양의 이동에 맞춰 조명을 변화시켜주기 때문에 우리가 일주기 리듬에 순응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HCL 시스템의 원리와 효과를 설명하는 정기영 교수
빛 – 일주기 리듬 – 생체 시계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네요.
HCL 시스템은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요?
태양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동이 틀 무렵에는 태양빛이 점차 밝아지며, 붉은빛에서 파란빛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파란빛 성분이 증가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태양이 강렬하게 비치는 낮이 되면 파란빛을 가장 많이 포함하는 빛이 되는데, 이 파란빛은 인간의 집중력과 인지력을 향상시켜 업무 능력과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낮에 일을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태양이 저물 즈음에는 불그스름한 빛으로 바뀝니다. 파란빛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인식한 우리의 뇌는 휴식 모드로 들어가게 됩니다. 파란빛 아래에서 우리의 뇌는 쉴 수 없거든요. HCL 시스템은 이런 햇빛의 변화 패턴을 모사했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조명 빛을 태양빛으로 인식하게 하여 일주기 리듬을 유지시켜줍니다. 이 리듬에 맞게 활동하고 휴식하면서 우리의 몸이 생체 세계에 맞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HCL 시스템은 매 순간 적합한 빛을 선사하여 우리의 일주기 리듬 유지에 도움을 준다.
최근 GS건설과 알토(ALTO)가 개발한 HCL 시스템의 효과를 테스트하셨는데요,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HCL 시스템이 일반 조명보다 생체 시계를 더 안정화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HCL 시스템과 일반 조명이 성인 수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2주에 걸쳐 관찰하면서 수면과 밀접하게 연관된 ‘멜라토닌 호르몬’ 지표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관찰 결과, 일반 조명 아래에서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분비 시작 시간도 늦어졌지만 HCL 시스템 아래에서는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 농도가 훨씬 높았고 분비 시작 시간 또한 한 시간 정도 당겨졌습니다.

일주기 리듬 유지에 효과적인 HCL 시스템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HCL 시스템이 수면의 질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니 무척 흥미롭습니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저녁이 되어 노을이 지면 조도가 낮아지고 붉은색이나 주황색 파장이 됩니다. 이때 뇌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해요. ‘밤’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어 우리 몸이 잠에 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 후 빛이 사라져 어둠이 짙어지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잠에 들게 됩니다. 멜라토닌 농도가 최고조에 달하면 깊은 수면을 하게 되고, 태양이 떠오를 즈음 멜라토닌은 거의 최저 상태가 됩니다. 대신, 코르티솔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리듬을 잘 유지하여 건강한 수면과 각성 상태를 가지게 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고요. HCL 시스템은 우리 몸이 태양광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줍니다. 일주기 리듬에 맞게 생체 시계가 기능해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교수님께서는 수면 의학을 연구하고 계시는데,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천하면 좋을 일상 습관이 있을까요?
일주기 리듬이 안정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기상 시간이 유지되면 취침 시간은 따라서 맞춰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강한 빛을 쬐는 것도 좋습니다. 코르티솔 분비가 활성화되어 빠르게 각성할 수 있고, 하루의 리듬이 시작되는 데 도움이 되지요. 또한, 취침 두 시간 전에는 디지털 기기를 보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면에서 나오는 파란빛을 생체 시계는 낮으로 인식해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거든요.
HCL 시스템 이용자는 이 조명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태양광의 특성을 모사하여 시간대별 환경에 맞게 빛을 세팅해둔 상태에서 지내시면 가장 좋구요, 이용자의 상황에 맞게 빛 환경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에는 ‘휴식’ 모드로 설정하는 것이지요. 파란색 파장이 낮은 따뜻한 빛은 밤이 된 것과 같은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반대로 밤이지만 공부를 해야 할 때에는 ‘집중’ 모드로 설정해서 낮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집중력을 올리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빛의 속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는대로 빛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하시고 활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CL 시스템 이용자는 자연광의 변화를 따르는 오토 모드와 ‘일상’, ‘학습’, ‘집중’, ‘휴식’ 등의 유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끝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이로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입주자의 기분, 건강 그리고 웰빙까지 생각하는 주거’입니다. 아파트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인간 중심 조명 시스템을 접목해서 입주자의 건강까지 배려했기 때문이지요.
WRITER | GR HAN
PHOTOGRAPHER | JH KIM
VIDEO DIRECTOR | FAM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