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일상 그 이상의 알파를 기획하다

강민이 민트도시기획 대표

‘복합 개발은 시대의 요청’이라고 말하는 강민이 민트도시기획 대표. 집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고, 그러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구성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휴식’과 ‘편리’가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새로운 영감을 얻고, 전에 없던 서비스를 경험하는 장소로의 전환, 이 흐름 속에 아파트의 새로운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거주 더하기 ‘무엇’. 아파트의 진화는 이 무엇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관한 도전과 실험의 줄다리기에서 나온다. 현대인의 일상을 유익하게 할 서비스를 더하고, 활력을 줄 커뮤니티를 더하고, 유일무이한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것. 하지만 이 무엇을 더 새롭게, 더 남다르게 해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정된 부지, 자본, 프로젝트 기간 등 여러 고려 요소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강민이 민트도시기획 대표는 그럴 때일수록 ‘시장에서 실마리를 찾고 강력한 콘셉트로 승부하라’고 제안한다.

강민이 대표는 다수의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팔리는 공간, 가고 싶은 공간에 대한 기획∙설계∙운영 자문을 하는 도시 기획 전문가다.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을 지내며 파르나스타워 마스터플랜 수립, 메세나폴리스 상업 시설 운영 컨설팅, 그랑서울 운영 컨설팅 등을 진행했고, 2019년 독립해 민트도시기획을 열었다. 도시의 맥락을 파악하고 사람의 발걸음을 모으는 공간을 고민해온 그의 눈에 오늘의 아파트란 새롭게 도약할 최적의 타이밍에 선 기회의 공간이자 도시의 든든한 에너지원이 될 가능성의 장소였다.

상업 공간을 기획하는 업의 특성상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민하게 포착해야 될 것 같아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해 요즘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상업 공간은 업무 공간이나 주거 공간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또 생활 패턴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해요. 그래서 대중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요즘의 화두는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은데, 사실 요즘 같은 때가 또 있었을까 싶어요. 코로나19가 앞당긴 탓도 있지만 저는 요즘을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 우리의 생활 패턴 또한 크게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고요. 기술 발전과 여가 시간의 확대 등이 불러오는 비대면 서비스의 진화, 온라인 시장의 확대, 양질의 경험에 대한 갈증 등이 우리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거든요. 어디서나 일할 수 있고 어디서나 쉴 수 있다는 상황이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더 좋고 더 나은 무엇을 계속 찾아나서게 만들어요. 그러한 의미에서 용도의 복합화, 다용도 공간의 진화 등이 뜨거운 화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용도의 복합화, 다용도 공간의 진화 등이
뜨거운 화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상 복합 시설이라고 부르죠.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더하는 복합 개발 사례가 느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주상 복합 시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됐죠. 다만 지금은 과거와 조금 결이 달라요. 사실 과거에는 복합 개발을 그리 반겨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주거 공간은 쾌적하고 조용하고 프라이빗해야 하는데, 그에 반해 상업 공간은 다소 번잡하고 소음이 있고 도시를 향해 오픈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두 용도를 철저히 분리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주거 공간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부터 다르잖아요. 몸을 쉬게 하는 공간 이상으로 힐링하고 영감을 얻는 장소로 생각해요. 그래서 입주자는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나 자신의 생활을 편리하게 가꿔주는 서비스를 기대하곤 해요. 또 가고 싶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상업 공간이라면 그 자체로도, 거주 공간의 가치 면에서도 매력 포인트가 되죠. 예로 메세나폴리스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판단 요소가 ‘몰의 근접성’인 것처럼요. 이런 맥락에서 복합 개발을 원하는 니즈는 앞으로 더욱 커지리라 예상해요.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꿈꾸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무엇보다 사업 주체의 철학과 선명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 특성상 기간이 길고 협력사가 많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줄 힘이 필요한데, 그건 사업 주체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이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끌어가요. 관계자 모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프로젝트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굉장히 큰 장점이죠.
파르나스몰 내부
규모가 큰 만큼 담대한 포부, 치밀한 기획도 뒤따라야겠군요.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예요. 초기 기획 단계는 후반기의 분양과 실제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과정이기에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해요. 또 기획, 설계,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궤로 엮여야 완성도 높은 공간이 탄생하는 만큼 관계자들끼리 어떤 모습을 꿈꾸는지 자주 이야기하고 구체화하면 좋아요. 예를 들어 저희는 파르나스몰을 기획할 때 30~40대 회사원이 퇴근길에 들르기 좋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시장을 가능하면 좁혀서 바라보았어요.
2000년대 초반에 포스코건설에서 일하며 아파트 시장조사∙기획∙분양 등의 업무를 했다고요. 그때와 스무 해가 지난 지금의 아파트 시장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브랜드 아파트는 각각의 시대에 입주민이 느끼는 갈증을 구체화하고 대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히 진화해왔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화두는 ‘자연’과 ‘기술’ 아닐까요? 아날로그적 환경에 대한 열망과 최신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하려는 요구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연물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자신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잘 사용하는지를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죠. 2000년대 초반에는 ‘역세권 입지’ 하나만으로도 으뜸이었어요. 요즘에는 일상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죠.
브랜드 아파트를 향한 소속감,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서비스 또한 입주자의 판단 요소로 빠짐없이 등장해요. 대표께서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교류하며 얻는 에너지가 중요하기에 이들이 잘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 기획 또한 중요하죠. 그러나 아파트는 서로 다른 배경의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곳이잖아요. 그렇기에 획일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그들의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같음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모일 수 있을까, 교류하는 동안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다목적 공간의 배치, 유연한 사용성 등을 구체화할 수 있겠지요.
개발 사업에서 ‘지속 가능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일 텐데요.
옛날에는 건설사의 일이 아파트를 잘 짓고 성공적으로 분양하는 데에서 끝났다면 이제는 조금 더 확장된 모습이에요. 개발 사업으로 지역의 가치를 쌓을 해법을 찾고 지역 주민의 삶도 함께 가꾸는 장소로의 전환을 꿈꿔요. 생생하게 오래도록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가치와 연결되고요. 그래서 저는 집 한 채, 아파트 한 동의 우수함보다는 주거와 다른 기능이 더해질 때 어떤 매력을 만들 수 있는지, 입주민이 행복하게 받아들일 부분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어요. 앞으로는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서 “아, 그 브랜드 아파트라면 이 지역이 더 좋아질 수 있겠군” 내지는 “다르게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군” 하는 반응을 끌어낼 건설사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랑서울 외부
메세나폴리스 내부
아파트가 여러모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며 진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골격이나 운영 방식 등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아파트의 변화는 무엇일까요?
생애 주기를 고려한 아파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신혼부부일 때, 자녀를 키울 때, 은퇴했을 때 적정한 집 크기와 구조가 각기 다르거든요. 여태까지는 입주자가 알아서 이사 다녔지만, 브랜드 아파트가 가진 데이터, 물량, 서비스 기획력이라면 이런 니즈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집을 다목적으로 쓰는 이들도 많아졌고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공간을 바꿀 수 있는지가 거주지를 선정할 때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 같아요.
‘공급자가 아닌 생활자의 시점을 가지라’고 강조하신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시선을 바꾼다는 게 참 쉽지 않아요.
저는 모든 답은 시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답을 구하려는 노력을 아직 우리가 안 했을 뿐이지,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그렇기에 생활 공간으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노력, 다양한 연령층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먼저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JM Kim
Film | J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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