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아파트에 들어간 이유 - 자이매거진 | BEYOND A.
2029
INTERVIEW | EXPERTS

영화관이 아파트에 들어간 이유

박정신 CGV 신성장 담당 상무

새로운 주거 문화를 기획하는 자이와 관람을 넘어 차별화된 경험을 고민하는 CGV가 손을 잡았다.
2021년 6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초그랑자이에 국내 최초로 커뮤니티 시설 내 CGV 골드클래스 영화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주거 공간이 선보이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기준을 한층 높이며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아파트’와
‘영화관’이란 장소의 역할을 한 단계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주거 문화를 기획하는 자이와 관람을 넘어 차별화된 경험을 고민하는 CGV가 손을 잡았다. 2021년 6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초그랑자이에 국내 최초로 커뮤니티 시설 내 CGV 골드클래스 영화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주거 공간이 선보이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기준을 한층 높이며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아파트’와 ‘영화관’이란 장소의 역할을 한 단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11월 서초그랑자이에 CGV 골드클래스 영화관이 생긴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 최초’란 타이틀도 눈길을 끌었지만 브랜드 아파트가 선보이는 서비스의 진화, 나아가 그 이면에 있는 현대인의 니즈 등이 시대적 요청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가의 확대, 삶을 돌보려는 노력, 뉴 노멀 시대의 도래 등으로 이어지는 최근 사회적 움직임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 현대인은 ‘나의 주거 공간’에서 얼마나 이채로운 서비스를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박정신 CGV 신성장 담당 상무는 익숙하게 여겨온 공간의 위치를 다른 맥락으로 바꿔보면서 사용자의 상황을 구체화하는 데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인구 군집에 유리한 상권에 입지하려는 영화관이란 시설을 한 공동체만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하는 이번 시도처럼 말이다. 현대인은 남다른 개성과 취향을 가지고자 하고, 이에 서비스 기획자는 프라이빗한 경험과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거 공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아파트는 한 공동체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공간적 울타리로 볼 수 있어요.”

GS건설과 CGV의 MOU 체결이 화제였습니다. 아무래도 아파트와 영화관이라는 두 시설의 만남이 낯설기 때문일 텐데, 어떤 계기로 출발했나요?

새로운 형식의 영화관을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요. 다시 말해 기존 시설에서 어떻게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를 디자인하는 일이죠. 그러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감지했어요. 한편으로는 로컬 중심의 생활 가치가 떠오르면서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고요. 이런 측면에서 아파트는 한 공동체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공간적 울타리로 볼 수 있어요. 우리 아파트라면, 우리 이웃이라면 안전하다는 느슨한 신뢰감이 작동하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GS건설에 협업을 제안했어요. 자이는 이 시대의 주거 문화를 선도한다는 사명을 가진 브랜드죠. 감사하게도 저희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주셨고, 현재는 서초그랑자이 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고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조율하는 단계입니다.

뉴 노멀 시대를 위한 기획이군요.

코로나19 대유행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전환을 가져왔어요. 이제 많은 사람이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꺼리죠. 일이 끝나는 대로 귀가하고 자신의 동네를 기준 삼아 활동해요. 2018년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가 늘어났을 때 다들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에요. 그때는 퇴근하고 영화관을 가거나 문화센터 강좌를 수강하고 소모임이나 맛집 탐방을 하는 등 취미 활동이 활성화되었어요. 이제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중이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양측의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주거 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실험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집에서 OTT 서비스를 즐기는 현상에 비추면 ‘집과 가까운 영화관’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영화관이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 수 있을지, 특히 아파트 내에 만든 영화관은 어떤 강점이 있을지에 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공간 기반의 경험에 열쇠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어느 대목에서 다 함께 폭소를 터트리거나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그런 일이요. 내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양질의 관람 환경과 스토리의 완성도가 그 공간만의 인상적인 경험을 만들어요. 그것이 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이고, 특히 커뮤니티 시설에 만든 영화관에서 저희가 기대하는 순기능이기도 합니다.

‘함께하는 순간’이 커뮤니티를 엮어주는 매개체가 될 거란 말씀이지요?

커뮤니티가 강화되려면 공통의 화제(관심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OTT 서비스로 영화를 본다면 감상과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영화관은 공통의 화제를 만들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서초그랑자이에서 CGV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26석의 상영관 하나와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반 상업 시설이 아니라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내에 들어서는 것이므로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요했어요. CGV 골드클래스의 기본 개념인 ‘프리미엄 & 코지 시네마Premium & Cozy Cinema’를 지키면서도 마치 우리 집 거실과 같이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아무래도 층고가 일반 영화관보다 낮아서 시스템적으로 스크린, 오디오시스템 등을 공간 구조에 맞게 설계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좌석은 모두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배치할 예정이고요. 저희끼리는 비행기 일등석을 구현했다고 자부하는 의자랍니다.(웃음) 라운지에는 영화가 상영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이나 관람 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관람한 입주민들이 자연스레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살롱처럼 가구를 배치했어요. 프라이빗한 프리미엄 공간 경험을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은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요?

서초그랑자이 입주민 또는 입주민이 동반한 외부인만 이용할 수 있고, 사전에 요청할 경우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서비스도 논의 중입니다. 가격 혜택도 있어요. 일반 골드클래스의 약 1/3 가격으로, 즉 일반 상영관 관람료 수준으로 프리미엄 공간을 체험할 수 있어요. 기술적 논의가 더 있어야 하겠지만, 좌석 예약 시스템도 입주민이 더욱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이 스마트홈 앱에서 구현하려고 해요. 커뮤니티 시설이란 의의에 무게를 싣고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있어요.

“‘집에서 접근하기 편한 영화관’에서 출발한 것처럼
운영 방식 또한 사용자 시선에서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용자 환경에 맞춰 운영 방식을 새롭게 기획하고 있네요.

기본적으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콘텐츠 편성이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여유가 생기는 시간대가 다르잖아요. 누군가에게는 한나절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저녁 시간일 수 있어요. 저희 아이디어가 ‘집에서 접근하기 편한 영화관’에서 출발한 것처럼 운영 방식 또한 사용자 시선에서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정식 개관까지 입주민협의회와 계속 논의하며 다듬어갈 예정이에요. 콘텐츠 운영 측면에서는 다양하게 구상 중입니다. 얼터너티브 콘텐츠alternative contents라고 하죠. 영화뿐만 아니라 콘서트, 강연,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흥행작이 있을 때만 시설이 활성화된다면 입주민이 느끼는 공간의 효용성이 낮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고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흥밋거리를 다양하게 제안하려고 합니다. 또 상영관 대관 서비스로 소규모 모임 장소로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유연한 변화가 최선의 서비스 전략인 셈이네요.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영화 관람’이란 영화관의 코어 역할 전후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어떻게 다른 액티비티를 붙여서 색다른 기억을 만들어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왜냐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그 자체는 소위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자랑할 만한 목적에 딱 들어맞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쉽게는 포토 티켓이나 MD 상품의 다양화를 통해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매체를 기획하고, 그 밖의 다양한 참여형 놀이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죠. 이 질문은 상업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아파트 서비스 기획에도 분명히 유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JM Kim
Film | J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