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삶, 건강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빛 - 자이매거진 | BEYOND A.
2029
INSIGHT | EDITION

진짜 삶, 건강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빛

조명 1

슬립케어 시스템으로 맞춰놓은 조명이 어슴푸레 밝아오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눈부심 없는 건강한 조명은 일상을 편안하게 지키며,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조도와 색온도 역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아파트의 빛을 좇는 모험은 결국 진짜 삶, 건강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첫발인 셈이다.

조명 1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진화하는 조명

서구 사회에서 조명은 테이블 램프와 플로어 스탠드, 플로어 램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는 서양 주거 공간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넓은 평수에 높은 층고로 이루어진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일반적인 집에서는 실링라이트나 다운라이트만으로 공간을 밝히기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천장에 설치한 등과 별개로 눈높이에서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조명을 추가로 둘 수밖에 없었다. 펜던트나 벽면에 설치하는 브래킷 등이 발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평수가 작고 층고가 낮은 국내 주거 환경에서 조명은 주로 천장에 직접 설치하는 직부등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조명은 언제나 공간의 형태와 결을 함께한다. 최근 인테리어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조명으로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래 들어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레드핀의 발표에 따르면 구매자의 약 89%가 출퇴근 시간이 짧고 백야드가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미국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오토밸류에이션 그룹 역시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5월 뉴저지 인근의 단독주택 계약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69% 급증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격동기를 거치며 왜 집에 ‘숨 쉴 틈’이 필요한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테라스나 발코니가 새롭게 조명받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공조명의 역사는 에디슨의 백열전구를 거쳐 1930년대 형광등, 2000년대 LED 조명으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조명 디자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행사로 알려진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격년으로 세계 최대 조명 전시인 ‘유로루체EuroLuce’를 여는데, 이를 통해 공간에서 조명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파트의 빛을 좇는 모험은 결국
진짜 삶, 건강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첫발인 셈이다.

조명을 빛으로 보기

그런데 가만히 곱씹어보면 의아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빛은 근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아닌가. 일찍이 인상파 화가들이 탐구했던 주제 역시 직접적으로 빛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쳐진 대상을 통해 빛을 감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엉뚱하게도 그동안 조명을 오브제화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하고 기발한 디자인 이전에 진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삶을 반영한 빛인데 말이다.

그리고 비로소 건강한 조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2009년 유럽위원회(EC)는 유럽에서 백열등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조명 연구자이자 디자이너인 캐롤라이나 지엘린스카다브코프스카Karolina M. Zielinska-Dabkowska는 <네이처>지에 ‘더 건강한 빛 만들기(Make Lighting Healthier)’라는 글을 기고했는데, 여기서 인간이 발명한 조명이 생체 주기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비타민 D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 통상 태양 빛이 부족한 겨울에 주로 나타나던 우울증이 사계절에 걸쳐 증가한 원인 등을 질 낮은 인공조명에서 찾았다.

자이가 지난 수년간 토털 디자인 솔루션을 구축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주력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자이는 최근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사람의 생체 주기와 생물학적 안정성까지 충족시키는 조명을 적용하고 있다. 또 세분화된 취향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빛의 회복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분할 수면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 번에 몰아서 자는 이른바 단상 수면이 보편화된 것은 불과 150년 남짓 됐다. 이전에 사람들은 저녁 즈음 잠이 들었다가 자정쯤 일어나 가벼운 활동을 한 뒤 다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인공조명의 등장은 수면 시간을 극단으로 밀어냈고, 이는 생체 시계 교란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 밖의 많은 학자들도 현대인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불면증의 주요 원인으로 인공조명을 꼽는다. 한편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슬리포노믹스, 슬립테크 등 수면 관련 산업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문제의 본질은 빛이다. 비록 현대사회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건강한 빛을 찾는 것만으로 우리 삶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삶의 의미가 ‘사람에게 진짜 좋은 빛이란 무엇인가?’,
‘정말 오래 머물고 싶은 빛은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다시금 고개를 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조명의 발달을 기술의 진화로 바라본다. 조명 발전의 계보를 겉으로 살펴봤을 때 이런 생각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성을 생각해보면 최근의 움직임은 ‘회복’에 더 가깝다. 생산성, 효율성 등의 가치에 매몰되어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가 ‘사람에게 진짜 좋은 빛이란 무엇인가?’, ‘정말 오래 머물고 싶은 빛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다시금 고개를 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주거의 가치와 연결된다. ‘집다운 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조명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Editor | MH Choi
Photography | GSENC
Illust | HK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