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나를 위한 큐레이션 공간 - 자이매거진 | BEYOND A.
2029
INTERVIEW | RESIDENTS

집이란 나를 위한 큐레이션 공간

경희궁자이 김해연 님

큐레이션이란 단어를 일상에 가져오면 주변을 정돈하기 훨씬 쉬워진다. 마치 예술 작품을 다루듯이 사물의 이야기와 서로의 관계를 더욱 면밀하게 판단하는 감각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을 더욱더 생생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김해연은 집 안 구석구석을 큐레이션하듯이 본다. 시선 끝에 무엇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물들의 관계를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맞춘다. 마치 저만의 소중한 갤러리를 만들 듯이.

큐레이션이란 단어를 일상에 가져오면 주변을 정돈하기 훨씬 쉬워진다. 마치 예술 작품을 다루듯이 사물의 이야기와 서로의 관계를 더욱 면밀하게 판단하는 감각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을 더욱더 생생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김해연은 집 안 구석구석을 큐레이션하듯이 본다. 시선 끝에 무엇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물들의 관계를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맞춘다. 마치 저만의 소중한 갤러리를 만들 듯이.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관에서 일하는 김해연에게 집은 또 하나의 갤러리다. 그는 자신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수집하고 집 안 가구와 집기를 이리저리 옮겨보며 어떤 장면을 연출한다. 아파트라는 안전하고 정돈된 구조적 바탕은 ‘어떻게’ 살지를 묻는 여백이었고, 김해연은 하루를 온전히 만끽하는 삶을 위해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들로 능숙하게 곁을 채우고 있다.

올해 태어난 아이 덕분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을 가꾸는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졌다. 집 안의 사물을 다루고 관계를 조율하는 그의 손길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가 무료한 일상을 만들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일상의 풍요로움을 만드는 건 결국 거주자의 감각과 실천임을 보여준다. 우리 스스로가 삶의 태도와 일상의 면면을 살피고 다듬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암시하면서 말이다.

가족 형태 | 부부와 자녀 1명
지역 |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자이
공급 면적/전용 면적 | 112.69㎡/84.83㎡
거주 기간 | 3년 반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에는 어떤 주거 유형에 살았나요?

여러 유형을 경험했죠. 아파트와 주상 복합 건물, 빌라에도 살아봤고요, 바로 직전에는 단독주택에서 10년 동안 살았어요. 그런데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파트가 이렇게나 스마트해진 줄 몰랐거든요.
단독주택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단독주택에서 10년간 살았으면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실제로어땠나요?

솔직히 말해 그동안 아파트가 이렇게나 스마트해진 줄 몰랐거든요. 단독주택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입주민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번호 키를 누르거나 따로 키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 집 안에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어요. 제가 정말 애용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상의 이런 사소한 순간들을 단축하거나 없앨 수 있으니까 출퇴근할 때 특히 편리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또 도심에 있으니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택시도 빨리 잡히고.(웃음) 무엇보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희 집이 독립문역과 서대문역 사이에 있다 보니 조금만 걸어 나가면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이 있거든요. 고궁 가까이 사는 삶의 즐거움을 크게 깨닫고 있어요.

흔히 아파트를 평가할 때 ‘자연과 멀어져 삶에 이롭지 않다’고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평가한다면요?

저는 오히려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 산책을 더 자주 하게 됐어요. 예전에 살던 단독주택은 오르막길에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여건이 아니었거든요. 처음 이 집을 봤을 때 인상 깊었던 것도 단지 내 산책로였어요. 이곳은 평탄하고 식물도 다채롭고 곳곳에 연못, 분수, 조각상 등이 있어서 풍경이 지루하지 않아요. 뒤편으로 인왕산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산책 코스도 다양하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로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없어서 야외 활동을 주로 하는데, 산책로가 있어서 든든하죠. 아이를 데리고 유아차 끌고 나가서 한 바퀴 쓱 둘러보기도 편하고 놀이터가 많아서 이웃과 만나 인사하기도 하고요.

신혼집을 구할 때 정말 많이 구경하잖아요. 그중에서도 ‘이 집이다’라고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어요?

듣기론 저희 집이 인기 없는 구조였대요. 그런데 저희 가족에게는 오히려 제일 매력적이었어요. 약간의 복도식 평면이 ‘방을 방답게’ 구분하는 것 같아 좋았고, 주방과 거실이 트여 있지 않아 온전히 거실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거실의 두 면이 창이어서 종일 환하고 볕이 입체적으로 들어오는 점도 집의 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아요.

벽마다 걸려 있는 액자가 눈에 띄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트 포스터나 엽서 모으는 걸 정말 좋아해요. 작품은 소장하기 어렵지만, 그 작은 피스만으로도 작가의 기운을 느낄 수 있거든요. 자주 보고 계속 자극받고 싶은 이유도 있고요. 저는 거실 창가 모서리 공간을 저만의 갤러리처럼 활용해요.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올 때 첫눈에 보이는 자리라서 계절에 따라, 혹은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액자를 바꿔 걸어 분위기를 내요. 제일 아끼는 건 앙리 마티스 작품인데, 한눈에 보고 ‘여기 걸어야겠다’ 생각하고 사 왔어요.

거실의 네 면이 각자 다른 분위기를 풍겨요. 창문과 창문 사이의 모서리가 갤러리라면, 창문과 주방 벽 사이의 모서리는 마치 작은 소품 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저만의 힐링 스폿을 만들려고 했어요. 소파에 앉아 부엌을 봤을 때 딱 정면으로 보이거든요. 마음에 드는 원형 거울은 너무 비싸서 주문 제작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둥그런 금속 오브제와 연결해 포인트를 줬고요. 거울 아래 목제 책장은 원래 세워서 쓰는 건데 가로로 눕힌 거예요. 덕분에 전시 도록처럼 판형이 큰 책도 수납할 수 있고, 좋아하는 오브제를 꺼낼 자리도 만들어졌어요. 올려둔 오브제는 모두 제가 하나씩 수집한 것들이에요.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반드시 빈티지 마켓에 들르는데,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죠. 남들 보기엔 쓸데없는 것을 많이 수집하는 편이에요. 제게는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중요한 매체예요.

아이 장난감으로 인테리어가 좌우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반적으로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진 느낌이 들어요. 그러고 보니 아이 침대맡에 걸어둔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 액자도 인상적이었어요.

육아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인테리어에 더 열성적이게 됐어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봐야 힘들어도 안 지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물건을 살 때도 전체적인 미감을 따지는 편이에요. 아이 장난감과 책이 워낙 알록달록해서 수납 가구는 최대한 무거운 색채로 보디감을 주려고 했어요. 가구 디자이너 전산 작가님의 작품인데, 폭과 높이가 저희 집 창문 바로 아래의 공간과 딱 맞아서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자신이 움직이는 만큼 공간도 변해요.
‘아파트’는 주거의 유형일 뿐이고
그 속은 살아가는 사람이 채우기 나름인 거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간 구조가 무료한 일상을 만든다고 흔히들 오해하는데, 오늘 여기 와보니 사실 얼마나 관심을 두고 공간을 가꾸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자신이 움직이는 만큼 공간도 변해요. 가구를 어떻게 레이아웃하느냐, 어떤 패브릭을 쓰느냐에 따라 공간의 활용도, 무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아파트’는 주거의 유형일 뿐이고 그 속은 살아가는 사람이 채우기 나름인 거죠. 저희는 신축하고 첫 입주였고 따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서 원형 그대로예요. 그 위를 저희의 삶으로 물들이고 있죠. 굳이 표현한다면 전 제가 좋아하는 장면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는 김치냉장고가 없는데 그 자리에 이케아 책장을 넣고 직접 만든 도자기 컵이나 커피용품을 수납하는 선반으로 쓰고 있어요. 또 집 안 곳곳에 사진이나 그림 액자를 둬서 시선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것이 보이도록 하죠. 조명으로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아하는데 전체 전기 공사를 하기는 좀 무리여서 이동이 용이한 스탠딩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어요.

집을 가꾸는 데 그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요?

집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 말고는 집에서 보내는데,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너무 아까운 거예요. 육아하면서도 그래요. 하루하루가 정말 빨리 가거든요. 이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물론 몸은 힘들어요.(웃음) 힘든데 또 정돈해놓고 보면 혼자 좋고 그래요. 그거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이웃과 교류는 어떻게 하나요?

육아휴직을 하고 살짝 무력감이 들 무렵 마침 단지 내에서 영어 회화 스터디를 모집한다고 해서 한번 참여했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이웃과 교류한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때가 아니었으면 절대 만날 수 없었겠죠. 이웃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주변의 맛집 정보, 병원 정보,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까지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금은 중단된 상태지만 긍정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나요?

사설 헬스장에 등록하지 않아도 단지 내에 헬스장이 있으니까 운동하러 가게 되더라고요. 또 회의실 대여가 가능해 영어 회화 스터디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었고요. 아파트 단지 내 공간을 활용해 발전적으로 함께 성장을 이루어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키즈 카페도 있어서 한번 가봤는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책도 많고 놀이 기구도 있고.

이 집에 살면서 생긴 변화가 있을까요?

반드시 집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생기고 사회가 변하고 일상이 달라졌기에 생긴 변화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연이나 전시 보러 다니는 게 취미였는데 이제는 그게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집에서 그런 자극을 얻고자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샤이부부’를 개설하고 우리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하나씩 기록하고 있어요.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즐겨 하는 편이라 집을 배경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여러 각도로 시도하고 있어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JM Kim
Film | J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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