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서면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와닿는다. 좋은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신발을 벗고 원목 마룻바닥에 올라선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진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거실 쪽으로 몸을 트는 순간 폭 1.2m 남짓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메운 고재 중문을 마주하게 된다. 새하얀 벽체와 지긋이 나이 먹은 문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다. 조하얀은 자신의 집을 푸른 향기,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으로 꾸몄다.
조하얀은 3개월 전 데님 브랜드 라비두를 론칭하고 워킹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꼭 챙긴다.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두 자녀를 배웅하고 고요해진 거실에서 스트레칭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잠자기 전에도 꼭 쉬는 시간을 갖는다. 더 건강하게, 기분 좋게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틈틈이 쉬어가는 페이지를 만든다. 안방 화장실을 리모델링해 만든 파우더룸 역시 조하얀만의 동굴이다.
가족 형태 | 부부와 자녀 2명
지역 | 서울 성동구 왕십리
공급 면적/전용 면적 | 81.39㎡/59.99㎡
거주 기간 | 5년
어떤 계기로 왕십리자이에 자리 잡았나요?
결혼하기 전부터 이 동네에 살았는데 왕십리가 도심 접근성이 워낙 좋잖아요.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저희가 첫 자가를 마련하려던 시기에 마침 왕십리자이가 생긴 거죠. 바로 결정했어요.(웃음) 사실 집을 보러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집을 판단하는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인 덕분이겠죠. 이전에 주상 복합 건물이랑 나홀로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있어 규모 있는 아파트 단지의 장점이 잘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집에 딱 들어왔는데, 실내도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이런 집에 살아야지’ 하고 상상했던 모습이 보였어요.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집!
입주할 때 새로 인테리어를 한 이유는요?
집을 구할 때부터 새 집이든 헌 집이든 인테리어를 새로 할 생각이었어요. 결혼하고 자가로 마련하는 첫 집이니까 그만큼 신경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집은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모토로 디자인을 정하고 마감재를 골랐어요. 전체적인 톤은 화이트로 하되, 바닥은 원목으로 마감해 무게중심을 아래쪽에 두고, 딱 하나의 포인트로 중문을 고재로 만들기로 했죠. 고재가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어서 고급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었어요.
파우더룸으로 바꾼 안방 화장실도 특이해요.
나름 과감한 결정이었죠. 아이 둘, 어른 둘이니까 화장실이 2개인 게 적당한데 침실에 침대를 놓고 나니까 화장대 놓을 공간이 없더라고요. 오랜 고민 끝에 화장실을 포기하고 파우더룸을 만들었어요. 벽을 초록 타일로 마감하고, 중문 만들고 남은 고재로 테이블을 짜 화장대를 만들고, 한쪽에 예쁜 세면대도 올리고. 나머지 공간은 붙박이장으로 짜서 여분의 수납공간을 마련했어요. 이 공간 또한 제가 진짜 좋아하는 곳이에요. 온전히 저만의 공간 같아서 자주 이곳에 들어가 쉬곤 해요.
집 안에서 나만의 휴식을 취하는 루틴이 있다면요?
평일 아침에 식구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그때부터 출근 준비를 시작하는데, 잠깐이라도 거실에 앉아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려고 해요. 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바쁘더라도 나를 위한 틈을 내는 건 신경 써서 지키려고 합니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중문을 닫고 거실에 캔들 워머나 향을 피워요. 그리고 책을 보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남편과 대화를 하죠. 그 시간이 굉장히 행복해요. 거의 매일 그렇게 해요. 바깥에서 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시끄럽게 시간을 보냈다면 집에 와서는 정적으로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저희 가족에게 집이란 온전한 재충전의 공간이에요.
집 안 곳곳에 인센스 스틱과 아로마 오일 케이스가 있어요.
저희 집에 들어오면서 이미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향을 정말 좋아해요. 후각이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저는 우디한 향이나 이끼 향을 좋아하는데 저희 집 인테리어나 전반적인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런 계열의 향을 많이 모아뒀어요. 인센스 스틱, 종이 인센스, 디퓨저 등등 종류별로 다 있어요. 향이 주는 편안함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의 생활에서 향을 빼놓을 수 없어요.
코로나19로 초등학생인 두 자녀가 자주 홈스쿨링을 했을 텐데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아무래도 아이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해하죠. 그러면 이따금씩 둘이 앞에 있는 놀이터로 뛰어나가요. 나가면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요. 요즘도 오후 4시쯤 되면 아이들이 놀이터에 우르르 몰려나와요. 그리고 자이안센터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덕을 톡톡히 봤어요. 볼거리가 많으니까 아이들과 자주 가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아니까 부모 입장에서 안심이 되고요.
“단지가 713세대라서 거의 구면이고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편이에요. 이런 점이 이 집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아요.”
단지 커뮤니티가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 편이에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축구장에 아이들이 다 같이 놀 수 있는 커다란 풀장이 설치된 적도 있고, 말 전문가와 함께하는 조랑말 체험 행사도 있었어요. 놀이터 옆 공터에서 음악회도, 비눗방울 만들기 체험도 했죠. 자이안센터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오감 자극 수업이나 발레 수업 등도 열린답니다. 백화점문화센터에 가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단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이웃과는 어떻게 교류하나요?
사실 저는 공동주택에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주상 복합 건물에 살 때는 소음이 심하고 관리비가 많이 나와 만족도가 낮았고, 결혼 초에 살던 나홀로 아파트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집에 ‘잠자러 간다’였어요. 산책하는 시간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와서, 또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파트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와 즐길 거리가 있고, 또 그런 자리를 통해 ‘이웃’이 생겨요. 서로의 얼굴을 알고, 인사를 하고, 그런 시간이 쌓여 따로 만나고, 같이 카페에 가서 이야기도 하고. 세대수가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아서 얻게 되는 특별한 경험 같기도 해요. 저희 단지가 713세대거든요. 그래서 단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거의 구면이고 서로 다 인사하며 지내는 편이에요. 감사하죠. 이런 점이 이 집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아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SI Woo
Film | J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