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TERVIEW | EXPERTS

기본에 충실한 자이의 아름다움

최경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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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이 커지며 ‘컬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
연구소를 이끄는 최경실 교수는 컬러 디자인 전반을 연구하면서 수많은 공동주택 색채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자이와도 협업한 그가 아파트 단지 색채의 기본 원칙과 최근 트렌드를 들려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이 커지며 ‘컬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를 이끄는 최경실 교수는 컬러 디자인 전반을 연구하면서 수많은 공동주택 색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자이와도 협업한 그가 아파트 단지 색채의 기본 원칙과 최근 트렌드를 들려준다.

https://youtube.com/watch?v=7xynflsNlhE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실내환경디자인) 교수로 색채디자인연구소를 이끌고 계십니다. 색채디자인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7년에 만들어진 연구소입니다. 제품 색채, 영상 색채, 환경 색채 등 컬러 디자인 전반, 컬러 사이언스에서 중요한 컬러 측정과 스탠더드 시스템 구축 등을 연구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만든 컬러 규격을 우리 것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산업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희는 컬러의 글로벌한 국내 표준을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 색채 디자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사람이 ‘형태를 본다’고 느끼는 상황은 사실 형태를 구성하는 ‘색의 차이’를 보는 것입니다. 이때 색채의 차이가 대상의 기능을 인식하기에 적합하도록 조정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그 대상을 보면서 쾌적함,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가 컬러를 위치나 크기, 강도 등에 알맞게 적용하면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구축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색의 차이가 대상의 기능에 적합하도록 각 요소의 관계성을 만드는 일이 ‘환경 색채 디자인’입니다.

건축 분야의 색채 계획은 계획 시점에는 인간이 대상에 영향을 미치지만, 계획과 적용이 완료되면 그 대상의 규모가 크고 넓어서 거꾸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고 오래갑니다. 그래서 환경 색채는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공동주택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하셨는데요. 다른 환경 색채 디자인 작업과 공동주택 작업의 차이점이 있나요?

공동주택에서는 입주민 사이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단독 건축물보다 적용 기준이 다양하고 섬세해야 해요. 단지 전체를 바라볼 때 동시에 보이는 색의 수가 100개를 훌쩍 넘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에게 필요한 색 정보가 우선적으로 보이게 조정하려면 색을 더하는 것보다는 빼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또 멀리서 아파트 단지로 접근하며 건물을 볼 때는 경관과의 조화가 중요하지만, 입주민이 단지에서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아파트는 오히려 그 자체가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동주택은 원경, 중경, 근경 그리고 요소들의 관계 등이 색채 디자인의 참고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색채 계획을 한 아파트가 전국에 450개도 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파트 입면을 화면이라 생각하고 색채를 계획해서 아파트가 도시 경관 안에서 자극 요소가 되곤 했어요. 지금은 이런 디자인이 거주 환경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광명역파크자이, 자이더익스프레스 환경색채디자인, 자이 표준색채매뉴얼 제작 등 자이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요. 자이를 위해 어떤 색채를 제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반 이촌동 한강자이 때부터 자이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자이와 일을 시작할 때 다른 브랜드들은 대개 따뜻한 베이지 톤을 사용했는데요. 자이는 2013년 표준색채매뉴얼을 만들면서 시대적 아이덴티티나 도시가 가진 맥락성을 고려해 ‘디지털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채택했습니다. 다른 아파트와 다른 ‘나만의 어떤 장소’라는 이미지인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첨단 이미지를 연결시킨다는 의미였죠. 그래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네이비 계열의 색상을 부드럽게 적용시켰습니다.

또 주동의 배치에 맞게 주조색과 보조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단지의 입체감이 달라지거든요. 주조색과 보조색의 강도를 약간씩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단지 내 입체감을 굉장히 다르게 보이게 하고, 환경에서 느끼는 쾌적함이 시각적으로 훨씬 좋아지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이와의 협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자이와 일을 시작한 초기에 작업한 도곡렉슬이 기억에 남아요. 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죠. 도곡렉슬에서는 주조색, 보조색으로 무채색을 도입했어요. 지금은 주된 트렌드가 되었지만 그때는 무채색을 잘 사용하지 않았죠. 무채색을 사용하면 구조물을 모던하고 입체감 있게 보여주게 되고, 그 위에 다른 강조색이 들어왔을 때 색의 대비가 약하든 강하든 조화가 이루어져요.

자이와 협업하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자이는 저희가 제안한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실현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자이는 초창기부터 통합환경디자인 관점을 가지고 이미 색채 환경을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다른 브랜드보다 새로운 시도를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죠.

천편일률적이던 아파트 구조가 다양화되는 것처럼 아파트 내외부의 컬러도 세련되게 변화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시적인 이미지라고 보이는 색채 뒤에는 기능적인 면이 숨어있어요. 요즘은 아파트 입면의 변화도 추구하고 있지만 그보다 구조적 특성을 강조하는 색채 적용이 많이 나타나는 추세예요. 예전에는 다양한 컬러를 적용해 해결하려 했던 것을 이제는 명도 차이만으로 더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게 되면서 시각적 자극이 줄고 편안함이 더해진 거죠. 무채색을 강조색으로 사용한 덕분에 자극 강도가 낮으면서 형태가 세련되게 드러나는 입체감 표현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최경실 교수는 과천자이를 잘 조성된 공동주택 환경 색채 사례로 꼽았다.

최경실 교수는 과천자이를 잘 조성된 공동주택 환경 색채 사례로 꼽았다.

최근 조성된 자이 단지 중에서는 어떤 단지의 색채 계획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과천자이를 보고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오래전부터 도시의 컨텍스트는 ‘스마트시티’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어요. 아파트의 색채는 도시 컨텍스트와 어떻게 연결되고,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지가 중요하죠. 과천자이는 중성적인 색, 무채색에 가까운 색을 펼쳐 놓고 화이트를 강조색으로 썼어요. 그러면서 한 면은 선형적인 화이트를, 다른 면은 면적인 배치로 리듬감을 줘서 전체적인 경관과 어우러지고, 빛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도록 강조색을 배치했더라고요. 도시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자연의 맥락을 무시하지 않은, 아주 잘 조성된 환경 색채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주택 색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아파트 단지 색채 계획의 시작과 끝은 ‘기본’입니다. 거주 환경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배경이고, 이를 디자인하는 것은 배경 속 수많은 요소들의 관계를 조율해 적합성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결국 기본에 충실할 때 그 위에 차별화된 감성적인 접근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환경 색채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요즘 아파트 색채의 변화 추이는 ‘탈장식’인 것 같습니다. 장식적으로 색을 적용하던 시기를 지나 시각적인 신뢰감을 높이고, 구조적인 안정성 그리고 텍스처나 감성적인 요소를 조정해서 더 고급스러운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거죠.

현대의 환경 색채 디자인은 건축물의 입면을 화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주 많은 요소들이 동시에 보이는 환경에서 안전함과 쾌적함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예를 들어 아파트 하부에 어두운 색을 사용하는 것도 건물이 높기 때문에 시각적인 신뢰감을 주기 위한 것이거든요. 이렇듯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구조적 안정성을 무시해선 안 되고, 세부적인 요소도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이 잘 되어있을 때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자이로움’은 어떤 것인가요?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자이에 대해 물어보면 굉장히 세련된 브랜드라고 답할 것 같아요. 자이가 가진 세련된 분위기는 기본에 충실한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WRITER   |  SE BAE
PHOTOGRAPHER   |  CK OH
VIDEO DIRECTOR   |  FAME KIM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을 설계할 땐 천혜의 입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개포한신은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단지로 들어오면
최대한 자연을 누릴 수 있게 다양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을 설계할 땐 천혜의 입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개포한신은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단지로 들어오면 최대한 자연을 누릴 수 있게 다양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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