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SIGHT | TREND

너는 너 나는 나, 나노 사회

나노 사회

자이 브랜드 매거진 GS 건설 비욘드 아파트먼트 프리미엄 아파트 고급 인테리어 xi 자이로움 인포그래픽 nft거래소 코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우리 사회는 미세한 나노 단위로 분화되고 있다.
개인의 시간을 중요시하며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나노 사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데이터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자.

나노(nano)는 10억 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초미세 원자 세계를 일컫는 용어다. 점차 개인화되는 우리 사회의 추세를 표현하는 말이 바로 ‘나노 사회’로, 사회가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미세한 단위로 조각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나노 사회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소개한 2022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중 가장 먼저 제시된 키워드이기도 하다. 돈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머니 러시’,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헬시 플레저’ 등의 트렌드 키워드가 생겨난 배경에 개인 단위로 사회가 파편화되는 나노 사회 트렌드가 자리한다는 이야기.

비대면 시대의 도래는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분화되는 현상을 가속해 ‘각자 사는 세상’, 즉 나노 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인 2022년부터 이런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664만 명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국내 ‘나 홀로 가구’가 1년 사이 50만 명 늘어나 664만 명을 넘었다. 전체 가구의 31%, 그러니까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나 홀로 가구인 셈. 20대가 전체 1인 가구의 19.1%를 차지했고, 이어 30대(16.8%), 50대(15.6%), 60대(15.6%), 40대(13.6%) 순이다. 지역별로 보면 30대 이하 1인 가구는 서울에, 40대 이상 1인 가구는 경기도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전체 가구와 비교해 1인 가구가 가장 다른 부분은 소비 지출에서 주거와 관련한 비중이 크다는 것. 그런데도 1인 가구의 주거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1인 가구의 절반은 12.1평 이하의 주거 면적에 거주했고, 평균 주거 면적은 14.0평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3분의 2 정도에 그쳤다.

해시태그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는 “사회는 없다. 그저 한 개인인 남녀와 가족이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국가에서 공동체보다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 이 발언은 2022년 한국 사회에서 더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가족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가정이 수행하던 역할이 외주화되고 있다. 식사,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하지만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여전히 서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연결 방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전보다 한층 더 선택하고 집중하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런 관계가 형성되는 만남에서도 학교나 직장 같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적 욕구나 취향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해시태그. 사람들은 SNS에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내는 해시태그를 통해 서로를 검색하고, 소통하게 되었다. 인터넷, SNS, 스마트폰이 이끌어낸 고도의 연결성은 과거보다 훨씬 다채로운 취향과 욕구를 드러내고,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SNS 이용률 89.3%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의 ‘2021 소셜 미디어 시장 및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89.3%로 세계 평균(53.6%)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세계 2위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9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높은 수치. 그만큼 다양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해시태그로 연결된 SNS에서 생각이나 신념,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나 뉴스를 공유해 기존의 신념이나 견해에 대한 확신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향실 또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효과라고 한다. 정보의 선택권을 갖게 된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만나지 못하고, 결국 같은 의견의 메아리 속에서 자기 생각이 옳고, 주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 간 단절도 강화되고 있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의 팬들은 BTS의 노래를 얼마나 알까? BTS의 글로벌 팬클럽 ‘아미’ 중에도 임영웅의 노래를 아는 팬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가 히트하거나 국가대표 축구 경기 시청률이 50%를 넘기는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어느 때보다 다양한 집단이 생겼지만, 집단 사이의 소통은 활발하지 않다.

사회의 파편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원룸 수요 증가,
주거 공간의 소형화는 이미 예정된 미래다.
대면 소통의 욕구를 안전하게 해결하는,
신원이 확실한 주민끼리 소통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은
프리미엄 아파트의 조건이 될지도 모른다.

사회의 파편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원룸 수요 증가, 주거 공간의 소형화는 이미 예정된 미래다. 대면 소통의 욕구를 안전하게 해결하는, 신원이 확실한 주민끼리 소통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은 프리미엄 아파트의 조건이 될지도 모른다.

뫼비우스의 띠

나 홀로 가구가 늘고, 집단 정체성보다는 취향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나노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과 실패는 점점 각자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 불안이 증폭되며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최근 세대를 불문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는 이런 트렌드의 결과일 것이다. 나노 사회를 사는 직장인에게는 직장 역시 일시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0년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6.8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며 프리랜서로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일의 파편화는 선택의 자유를 주지만 일하는 사람의 책임을 가중시키고, 개인을 고립시킨다. 이는 다시 직장이 평생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매몰되는 식으로 나노 사회로의 변화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강화되고 있다.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

나노 사회로의 전환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춘 개인화 상품을 생산, 유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과잉 공급이나 소비 불균형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생긴 유통의 가장 큰 변화는 소포장 상품의 증가다. 대량 포장 상품 위주이던 대형 마트에서도 이전과 달리 양파 하나, 양배추 반 통, 수박 1/4 통이 진열된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의 1/3이 소비 이전 단계에서 버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포장 제품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비닐 등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의 증가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1인 가구의 소비 습관과 패턴을 고려한 환경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서 나 홀로 가구 중 대다수인 81%가 ‘이웃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사회의 파편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원룸의 수요 증가와 주거 공간의 소형화 흐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대면 소통의 욕구를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신원이 확실한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이 프리미엄 아파트의 필수 조건이 될지도 모른다.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증을 ‘팬데믹 블루’라고 부르지만, 이는 질병에 대한 공포보다는 파편화된 개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오는 것이 더 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나노 사회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공감력을 깨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해 보고, AI의 추천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비판적으로 접하며 ‘우연한 발견’의 재미를 추구해 보기를 권한다. 갈수록 잘게 나눠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조금 더 넓고 큰 단위로 사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WRITER   |  KY CHUNG
ILLUSTRATOR   |  MALLANGLUNA

.alignnone.size-full.wp-image-2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