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TERVIEW | EXPERTS

영리해진 조명이 밝히는 주거 공간의 미래

최유미 알토 디자인연구소/R&D본부 본부장

흡사 자연광 같으며 사용 방법도 간편하다. 아파트란 삶의 무대에 장착된 요즘의 ‘스마트 조명’ 이야기다.
버튼 몇 개 작동하는 것만으로 때로는 생체 시계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햇살 같은 빛을,
때로는 감각적인 무드를 완성하는 빛을 즉각 만날 수 있다. 최유미 (주)알토 디자인연구소/R&D본부 본부장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아파트와 다양한 요청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스마트 조명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흡사 자연광 같으며 사용 방법도 간편하다. 아파트란 삶의 무대에 장착된 요즘의 ‘스마트 조명’ 이야기다. 버튼 몇 개 작동하는 것만으로 때로는 생체 시계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햇살 같은 빛을, 때로는 감각적인 무드를 완성하는 빛을 즉각 만날 수 있다. 최유미 (주)알토 디자인연구소/R&D본부 본부장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아파트와 다양한 요청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스마트 조명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조명의 격이 올라갔다. 단순히 어두운 곳을 밝히는 개념으로만 봤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소비자들은 이 빛으로 어떤 이로움을 얻을 수 있을지를 살핀다. 빛 환경에 따라 일의 능률이 오르고 다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특히나 주거 공간은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므로 조명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더 여러 용도로 더 편리한 사용감이 가능한 아이템을 선호한다. 아파트는 이러한 트렌드를 읽고 재빨리 움직였다. 예로 자이는 숙면을 도와주는 라이트 슬립케어 시스템,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색온도 제어 장치 등으로 주거 공간의 빛 환경 스마트화에 나서고 있다.

자이의 발빠른 진보에는 30년 넘도록 호흡을 맞춰온 종합 조명 솔루션 기업 알토와의 협업이 있었다. 알토는 ‘건강한 빛으로 공간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든다’라는 철학으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빛을 개발해온 국내 굴지의 조명 기업이다. 최유미 본부장은 “인간과 공간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유의 기능과 적절한 기술력을 접목할 때 우리는 또 다른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알토가 말하는 ‘건강한 빛’이란 무엇인가요?

밤거리를 걷다가 도처에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을 거예요. 과잉 또는 필요 이상의 빛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건데, 이를 광공해 또는 빛공해라고 부릅니다. 보통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쓰는 개념이지만 우리는 실내의 광공해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빛의 양이 생체 리듬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 지점을 간과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빛으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아파트 역시 빛 환경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군요.

요즘 같은 시대에 집은 곧 사무실이자 취미 공간이고 공부방이자 휴식처죠. 그런데 천장 중앙에 달린 등기구 하나밖에 없다면 이 다양한 활동을 잘 서포트할 수 있을까요? 이 대목에서 스마트 조명이 빛납니다. 이렇듯 각기 다른 활동에 꼭 맞춘 듯한 빛 환경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으니까요. 집중력을 높이거나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도록 조도, 색온도,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최후의 솔루션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자이는 그러한 변화에 일찌감치 다가섰죠. 브랜드 아파트로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적 지원이 있었기에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스마트함’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나요?

조명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어두운 곳을 밝히는 기능성과 아름다운 사물로서의 역할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일상을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 과학적 근거와 최신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조명의 ‘스마트함’을 만들어요. 예로 자이는 라이트 슬립케어 시스템이란 기술로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을 기준으로 잠들기 30분 전과 기상 30분 전에 조명의 색온도와 조도를 바꿔 몸의 감각을 편안하게 자극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어요. 또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과 속초디오션자이에 적용한 NGR(Non Glare Reflector) 조명은 알토 제품으로 광원의 눈부심을 현격히 낮춰 시각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사례로 화제가 됐어요. 사실 이제 막 첫발을 뗀 격이고 앞으로의 변화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서는 굳이 사용자가 조절하지 않아도 자연 채광과의 연계 작용으로 인공광이 자율적으로 조절되는 경지까지 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일상을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 과학적 근거와
최신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조명의 ‘스마트함’을 만들어요.”

조명을 설계할 때 중시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기술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빛 줄기가 피사체와 닿았을 때 그 관계에서 조명의 역할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떤 빛이 필요할 것이다’란 상황적 전제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그에 적합한 빛을 찾아낼 수 있죠. 이때 상황을 최대한 여러 시점에서 만들면 좋아요. 우리가 흔히 공부방이라고 부르는 자녀 방을 예로 들면, 사실 공부하는 시간은 고작 4~5시간 정도이고 잠자는 시간이 10시간 정도예요. 이렇듯 한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여러 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면 조명 계획을 할 때 상황별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함께 만드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죠.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하는 아파트란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진화였네요?

맞아요. 가령 독서란 활동 하나만 놓고 생각해도 연령대마다 필요한 조도가 달라요. 60대 이상은 권장 조도 자체가 20대보다 2배가 높아요. 그러니 30대가 사는 집의 조도와 70대가 사는 집의 조도는 분명히 달라야 하죠. 또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타일마다 돋보일 수 있는 색온도가 다름을 알아야 해요. 패브릭과 원목 가구를 선호하는 집과 유리와 금속 가구를 선호하는 집은 분명 다른 빛 환경이 필요하거든요. 이에 따라 조명의 활용 면에서 연출의 개념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봐요. 아파트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여지를 만드는 추세처럼 빛 환경 역시 개인화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빛 환경을 조절하는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모습일까요?

미래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러한 결정권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많아요. 지금은 입주자가 보기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4~6개 정도 만들고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추세예요. 앞으로 조그 다이얼이나 디지털 인터페이스 등의 개발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봐요.

의정부역스카이자이에프터글로우 / 알토디자인연구소 제공

대구 경산중산자이 복도 전경 / 알토 디자인연구소 제공

이야기를 들을수록 조명 설계란 거주자의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는 좋은 배경을 만들어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건 그 공간에 사는 사람, 놓인 가구, 물건이어야 하죠. 그러니까 개개인의 취향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 있도록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아무래도 빛이란 게 사람의 시선을 끄는 성질이 있으니 그 힘의 강약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건
그 공간에 사는 사람, 놓인 가구, 물건이어야 하죠.”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공간이 있다면요?

욕실을 꼽겠어요. 아직 그 역할이 과소평가된, 그래서 더 다듬는다면 폭발적인 가치를 가져올 공간이라고 봐요. 국민 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 84㎡형을 봤을 때 욕실이 2개여도 어느 쪽도 창문이 없을 때가 흔한 것처럼 그 중요도가 다른 공간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어요. 그에 반해 사회적으로는 일상의 힐링과 건강이 키워드죠. 만약 욕실을 충분히 좋은 휴식 장소로 만들어준다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조도 아래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스파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색다른 휴식 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인테리어에서 조명을 잘 배치하는 팁 하나만 알려주세요.

예로 조명을 천장 면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비추면 천장고가 더 높아 보이고, 벽면을 밝게 비추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또 직부등 하나만 달랑 있으면 시선이 그곳에만 머물지만, 광원을 곳곳에 배치하면 눈길이 분산돼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우리끼리는 조명을 마법이라고 불러요.(웃음) 똑같이 생긴 공간이라도 조명 연출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거든요. 조명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직접 느끼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거예요.

아파트 구조에 특화된 조명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아파트에 흔히 적용하는 직부등의 새로운 모델로, 하나의 등기구 안에 직접조명과 간접조명을 함께 넣는 방식을 구현했어요. 또 일반적으로 아파트 층고가 2.4m로 일정한 편인데, 그 안에서도 조금 더 높아 보이게, 조금 더 넓어 보이게 만들고 싶은 요구에 주목해 건축적으로도, 인테리어적으로도, 또 제품적으로도 이러한 니즈에 기여할 수 있는 조명을 개발하고 있어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DH Shin
Film | J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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