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기능 공간에서 경험 공간으로 - 자이매거진 | BEYOND A.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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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기능 공간에서 경험 공간으로

욕실의 진화

아파트 욕실은 거실, 침실, 주방에 밀려 사용의 아쉬움을 감내해야 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주거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욕실의 지위는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위생을 해결하기 위한 기능적인 공간에서 사용자 경험까지 배려한 공간으로. 아파트 욕실은 지금 업그레이드 중이다.

아파트가 주거 형태로 처음 제안되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욕실을 비롯한 위생 설비를 갖춘 주거 공간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있었다. 20세기 초의 도시는 산업화 때문에 형성된 과밀 불량 주거지의 심각한 오염과 감염병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0년 후, 새로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아파트의 위생 공간은 이전과 또 다른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오늘날의 욕실은 더 청결해야 할 뿐 아니라, 머무르는 동안의 기분과 경험까지 배려하는 거주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파트에 욕실이 자리 잡기까지

위생 문제는 언제나 주거 공간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20세기 초반 조선의 건축가들은 주택 개량 운동을 펼쳐 나갔는데, 개량의 핵심은 곧 위생 상태의 개선을 의미했다. 뒷간과 부엌 등이 마당을 가운데 두고 주거 공간과 분리된 전통 주택 형식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주택 개량안들은 오늘날처럼 서구의 욕실과 변소 설비를 갖춘 집중형 평면 구성을 제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지어지기도 했지만  목표로 했던 위생 공간과 문화가 달라지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을 더 필요로 했다.

큰 창을 통해 나무가 보이는 독립형 욕조, 대형 샤워실, 두 개의 세면대를 갖춘 욕실.

고급 자재, 빛, 건식ㆍ습식 공간의 분리, 전망. 욕실은 쾌적한 경험을 누리는 주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shutterstock.com

세면대, 욕조, 변기가 모두 설치된 욕실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한 이후의 일로, 이 역시 정착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강남의 첫 대단지 아파트였던 반포 주공 아파트는 입주 후 처음 맞은 김장철에 매우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다. 주민들이 욕조를 배추 절이는 통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고춧가루 등이 배수구를 막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한동안 김장철이 되면 파이프 기술자가 단지에 상주하면서 배수구를 계속 뚫어줘야 했다고 한다. 김장을 하는 세대 수도 많고 발코니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전통적인 주거 형식의 마당과 같은 다목적 공간의 부재를 욕실이 대신했던 것이다. 또한 재래식 변소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양변기에 앉았을 때 변의가 사라져 변비로 고생하거나,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변기를 쓰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아파트 위생 공간 변화에는 다양한 진통이 존재했다.

위생 시설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서의 욕실

이후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으며 아파트의 욕실도 보편적인 위생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안방의 부부 욕실과 거실 등 공용 공간에 면한 가족 욕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아파트 욕실은 전용실 면적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콤팩트하게 설계되곤 한다. 이 때문에 욕실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변기, 세면대, 욕조 또는 샤워실이 함께 놓여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이 공존하는 문제도 생겼다. 이와는 반대로 욕실 마감재와 위생 도기의 고급화, 건식-습식 공간의 분리 등 욕실에 대한 거주자의 요구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모던한 느낌의 화이트 톤 욕실 인테리어. 조명과 거울, 세면대를 두 개씩 마련하고, 하단은 수납장 가구를 배치했다.
파우더룸 한쪽 벽에 큰 거울과 수납장을 더해 만든 건식 세면대 공간.

욕실은 이제 ‘감성’을 더하고, 건식과 습식 공간을 나눈 더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shutterstock.com

‘욕실은 기본적인 생리와 위생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더 안락하고 감성적이며 휴식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욕실은 기본적인 생리와 위생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더 안락하고 감성적이며 휴식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욕실이 주거를 돕는 설비나 시설이 아닌 거주 경험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급 상업, 숙박 시설에서의 경험과 SNS 등의 미디어를 통해 고급화된 주거 취향이 욕실로 투사되고 있다. 근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늘어난 홈 파티, 홈 다이닝 등 주거 공간에서의 모임 활동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입주민이 개별적인 욕실 인테리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욕실에서의 안락한 경험을 위하여

자이는 이처럼 높아진 소비자의 안목과 요구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주로 시공 편의성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에 좋은 건축 자재와 도기를 욕실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자이는 최근 경험을 자아내는 변화를 통하여 입주민을 배려하는 욕실 개념을 도입했다. 우선 기능적으로는, 손만 씻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욕실을 더 사용하기 좋도록 건식 공간(세면대)과 습식 공간을 분리한 평면을 설계했다. 또한 고급스러운 마감과 감성적인 디자인을 특화하여  우리나라 아파트 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으로 욕실에 광범위한 욕실 특화 패키지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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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는 더 안락한 욕실 이용 경험을 위해 적극적으로 광범위한 욕실 특화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진 송도자이 더 스타, 이천자이 더 파크, 동해 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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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는 더 안락한 욕실 이용 경험을 위해 적극적으로 광범위한 욕실 특화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진 송도자이 더 스타, 이천자이 더 파크, 동해 자이

이를 통해 보다 안락한 욕실 거주 경험을 원하는 거주자들은 개별적인 욕실 리모델링 공사비보다 거의 절반 정도로 낮은 비용으로 고급 자재와 욕실 기구를 자기 취향에 맞는 맞춤 옵션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누수 등 인테리어 공사의 하자 보수 문제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자이의 새로운 욕실 패키지는 단순히 욕실을 고급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주민이 욕실에서도 더 따스한 주거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의 결과다.

사실 욕실이 단순히 위생을 관리하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공간의 하나라는 생각은 아파트와 현대적인 욕실이 시작될 때부터 태동했다. 지난 세기 많은 아파트 욕실과 부엌, 가구를 디자인했던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은 1929년 파리의 한 전시를 통해 주거 공간과 욕실 사이에 캐비닛을 두어 시야의 일부만 가린 채 트여 있는 인테리어 계획안을 선보였다. 이 대담한 제안은 앞으로 다가올 집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그녀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산업디자인 고문으로 일하기 위해 도쿄에서 지내는 동안 마치 일종의 종교적 의식처럼 일련의 과정들로 이뤄진 동양의 목욕 문화를 관찰했으며, 이후 그런 생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많은 욕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편안한 휴식을 선물해주는 꽃과 와인이 있는 욕조
긴 세로창을 통해 빛과 자연이 들어오는 평화로운 느낌의 모던한 욕실

이제 사람들이 욕실에 바라는 것은 휴식과 위안이다. 사진 shutterstock.com

페리앙을 비롯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상상했던 주거 공간으로서의 욕실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며 생리와 위생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휴식과 안락을 주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욕실은 ‘의식’의 흐름대로 공간을 설계하고, 공간의 심리학을 가장 잘 고려해야 하는 공간이 아닐까.

WRITER   |  SCORER
PHOTO   |  XI, SHUTTERSTOCK.COM
ILLUSTRATOR   | MALLANG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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