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TERVIEW | EXPERTS

인지도를 넘어 로열티를 만드는 브랜딩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대표

브랜드의 인지도를 키웠다면 다음 과제는 ‘~다움’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
긴밀한 관계를 만들며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일,
즉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를 두껍게 쌓는 것이 미션이 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로열티를 어떻게 제대로 쌓을 수 있을까?

브랜드의 인지도를 키웠다면 다음 과제는 ‘~다움’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 긴밀한 관계를 만들며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일, 즉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를 두껍게 쌓는 것이 미션이 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로열티를 어떻게 제대로 쌓을 수 있을까?

브랜드 파워, 1군 브랜드, 프리미엄 순위. 다소 놀랍겠지만 이 용어들은 모두 ‘아파트’ 관련 검색어다. ‘브랜드가 곧 집값’인 시대에 아파트 브랜드의 인지도는 곧 선호도로 직결되곤 한다. 그렇다면 인지도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도심 내 입지 조건, 쾌적한 자연환경이 우세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력, 실행력,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건설사들이 발빠르게 브랜드 순위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변곡점에 서 있지 않은가. 전방에서 새로운 표준을 고민하고 있다. 아파트 역시 빠질 수 없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문지훈 대표는 “공급량이 포화 상태이고 대다수의 아파트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성과 품질을 갖추고 있어요. 그렇다면 소비자의 다음 질문은 일상의 어떤 문제에 관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주는지로 향할 것입니다”라고 전망했다.

“소비자의 다음 질문은 일상의 어떤 문제에 관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주는지로 향할 것입니다.”

문지훈 대표는 지금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브랜드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명확한 포부, 포부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전략적 궤도, 마지막으로 산업의 판도를 흔들 만한 대담한 시도. 또 여기서 언급한 포부, 궤도, 시도는 인간의 진실된 내면의 요구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실천이 바탕이 됐을 때 브랜드를 신뢰할 이유가 형성된다고 말이다.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오늘날 성장세가 가파른 브랜드 뒤에 인터브랜드가 있다. 문지훈 대표를 만나 브랜딩 전문가의 시각으로 본 아파트 시장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흔하게 쓰이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낯선 용어입니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브랜딩이란 그 사람의 말투나 걸음걸이, 표정이나 자세,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는 정보가 잘 전달되도록 연출하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쉽게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할 때 늘 이세이 미야케의 검은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착용한 것도 브랜딩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톤앤매너를 컨트롤해 내가 의도한 바를 상대방에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죠. 한편 저희는 브랜딩을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의 끈’이라고 표현합니다. 관계의 끈이 얼마나 강력한지가 곧 브랜드 파워가 된다고 봅니다. 그 힘이 곧 브랜드를 찾게 하고, 사게 하고, 쓰게 하거든요. 마케팅 용어로는 ‘로열티’라고 하죠.

자이와도 공동주택 분야에서 고민을 함께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거를 선도해온 자이 브랜드가 시대적 변화를 넘어 고객들의 삶에 더욱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하고자 지난해 저희 인터브랜드와 함께 자이의 미래 성장 전략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자이 브랜드가 지켜온 ‘특별한 지성’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선보이게 될 커뮤니티 및 자이만의 서비스 브랜드(Club Xian & Xian Vie)를 개발했죠. 자이 브랜드는 주거와 가장 가까운 고객들의 삶,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방식을 가장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입니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곳 중 하나가 아파트 시장이에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판단하는 기준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의 가치는 조금 독특하게 형성됩니다. 입주민들이 보통 아파트의 어떤 부분에 만족을 느낀다고 보시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인지도죠. 예를 들어 ‘반포자이에 산다’는 한마디만으로도 듣는 이에게 여러 이미지가 전달됩니다. 또 재산 가치가 있지요. 심지어 사는 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파트값만 오르면 만족한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특수하죠. 그러나 저는 이러한 판단 기준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브랜드 경쟁이 시작되는 때라고 보고요.

‘이제 시작’이란 말씀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아파트를 선택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라고 소비자에게 물으면 대다수가 “브랜드”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문이 듭니다. ‘정말 브랜드가 중요해서일까?’ 지금 최고라고 손꼽히는 아파트 브랜드들의 지난 10년간 역사를 살펴보면 최고 브랜드란 곧 투자 가치가 높은 브랜드를 가리켰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소비자도 재산 가치 측면에서 유리한 브랜드가 더 좋다고 느끼는 것뿐이지 실제로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한 충성도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입지 조건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가 아니거든요. 사실 입지 조건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죠. 저는 앞으로는 통제가 가능한 요소들이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통제가 가능한 요소는 어떤 것을 말하죠?

제가 주거 분야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쉽게는 서비스, 프로그램, 어메니티 등을 구성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습니다. 집 안팎에서 더 편하게, 더 유익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 또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 등에서 질문과 대안을 찾을 수 있겠죠. 그리고 그 방법을 더 쉽고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도 살펴야 할 것입니다. ‘주거’란 용도를 다시금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 전반이 바뀐 것도 주목해야겠네요.

2020년을 겪으면서 집에 대한 개념 자체가 초기화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집이란 본디 휴식, 쉼, 안정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일터이고 학교이고 카페이고 레스토랑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떤 산업보다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기초 개념부터 새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대표께서 보시기에 아파트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아파트는 움직이지 않는, 또는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인데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가장 빨리 반응해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이 온다고 하면 주차장 진출입 동선부터 주차 공간 구획 방식, 배터리 충전소 설치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 어느 곳보다도 유연성이 필요한 곳이 아파트란 공간입니다. 산업 전반에서 변화가 진행 중이고, 또 그러한 변화가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떤 아이코닉 무브iconic move, 즉 혁신적 실천을 행하느냐가 향후 아파트 브랜드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소위 세상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브랜드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간략하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명확한 포부, 두 번째는 그 포부를 달성하기까지의 명확한 전략적 궤도, 그리고 세 번째는 아이코닉 무브입니다. 아이코닉 무브란 기존의 산업 지형을 바꿀 만한 실천을 뜻합니다. 말씀드린 세 가지는 지금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공 요인입니다.

“2020년을 겪으면서 집에 대한 개념 자체가
초기화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제는 기획과 제안의 시대군요.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한두 번 만나 이야기하고 설문 조사하는 정도로는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면 소비자 스스로도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합니다. 인터브랜드에서는 이를 ‘휴먼 트루스human truths’를 찾는 여정이라고 여깁니다. 마치 발굴을 하듯 3~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소비자와 만나 함께 실험하고 의견을 나누는 작업을 통해 마음 깊숙이 자리한 니즈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죠. 저희는 여기서부터 기획을 시작합니다. 만약 아파트 계획에도 이러한 과정을 더한다면 진정 새로운 공간이 탄생할 것입니다.

입주민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자이는 주거 문화를 선도한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주거 문화를 선도한다’는 가치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선도한다’는 표현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포지셔닝하기 어려운 단어거든요. 쉽게 말해 소비자의 머릿속에 어떤 언어와 이미지를 그리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그걸 정한 다음에 브랜딩을 통해 전달하면 됩니다.

주거와 관련해 주목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이케아에서 발행하는 <라이프 앳 폼> 애뉴얼 리포트를 재미있게 봅니다. 2020년에는 이런 소식을 담았더군요. 그 내용을 짧게 소개하면 먼저 ‘다재다능한 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은 그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또 ‘지역사회에 속한 집’을 꼽았습니다. 경찰서, 병원, 친환경 농장 등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롯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집’입니다. 그러니까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위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건 표면적인 것일 뿐이고 기획자는 이 시선을 더 구체적으로 해석해야겠지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SI Woo
Film | J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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