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는 ‘자이 주거 경험 디자인 시스템’을 구체화하기 위해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를 계획했다.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의 박진 대표를 만나 자이와의 이번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이는 공급자 중심 디자인에서 고객 경험 중심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려면 종합적인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이는 우선 ‘자이 고객 경험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실질적인 건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파트너는 자이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로 낙점되었다.
늘 해오던 일이지만, 또 새로운 일. 이번 프로젝트는 아파트 건축에 대한 애정을 가진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 박진 대표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주거 경험은 공간과 빛으로 귀결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빛’이라는 주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넓혀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자이의 미래가 될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계획되었을까?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와 자이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가 자이와 함께 일을 한지가 벌써 10여 년 되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용인의 GS건설연구소였어요. 이후 옥인동 GS교육연구원도 함께 만들었고요. 이후에도 소소하게 함께 일한 경험이 많은데, 하우징 프로젝트는 같이 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저는 원래 공동주택 설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현상 설계 공모전에 당선되어서 2년간 작업을 하기도 했고, 이런 경험으로 대학원에서 한국의 공동주택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거든요. 이번에 자이와 공동주택, 하우징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자이와 함께한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는 일반적인 설계 프로세스는 아니었습니다. 흔히 건축가가 하는 작업이란 물리적인 건물이 세워질 장소가 있고, 건축주의 지침대로 그곳에 만들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시작된 작업입니다. 장소에 맞추어 건물의 규모나 형태, 색채 등의 심미적인 외형을 다듬는 것보다 자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공간 경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디자인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죠.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컴포넌트란 디자인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정립해서 앞으로 만들어질 자이 단지에 차츰 적용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문주는 외관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평면은 건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각각 도맡아 작업해왔다면, 앞으로 각 부서들은 디자인 컴포넌트가 제시하는 방향을 가이드라인 삼아 일하게 될 거예요. 덕분에 서로 다른 컬러, 다른 디자인이라도 그 속에서 자이만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분히 나타낼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 경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공간 경험, 그중에서도 빛에 대한 고민으로 이번 디자인 컴포넌트가 시작되었어요. 국내 아파트를 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빛에서 시작합니다. 법에도 아파트의 거실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내용이 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법이 건물 자체에만 적용돼요. 각 집의 거실은 남쪽을 향하고 있지만 단지의 입구인 문주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등에 대해서는 빛과 관련된 법이 정해져 있지 않죠. 이런 현실을 생각하며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중요한 빛을 어떻게 하면 우리 생활에 더 많이 유입시킬 수 있을까’ 하는 숙제를 가지고 이번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결국 이번 일은 ‘빛의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빛이 없던 공간, 혹은 빛이 적은 공간에 빛을 들이고, 불편했던 공간을 조금씩 편하게 만드는 작업을 통해 자이 입주민이 만나게 될 공간 경험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
유형의 변화가 무형의 경험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래 그런 것이라고 여기며 넘기던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양한 솔루션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 솔루션으로 사람들의 삶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게 변화할 수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아파트 입구에서 집까지 가는 길, 특히 아파트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어두운 길을 통과하는 동안 불편함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길이 짧고, 다른 아파트도 다 그렇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낸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선큰의 모양과 위치 변화만으로도 더 밝아질 수 있어요. 이렇게 설계를 조금 변경해서 어둡고 답답한 공간을 빛이 닿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방법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몇 가지 변화만으로도 일상은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 내 집의 지하 공간을 다니는 일이 한결 편안하고 안전해지는 경험이지요.
그동안의 지하가 그저 스쳐 지나는 곳,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이런 무형의 경험이 달라질 겁니다. ‘지하 공간은 밝은 곳’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바로 유형의 변화가 만드는 무형의 새로운 경험이지요. 밝아진 지하 공간은 주차는 물론 지하에서 이웃을 마주치는 경험까지 행복한 이미지로 바꿔줄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겁니다.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의 제안들이 앞으로 자이에 적용이 될 텐데요. 어떤 기대가 있나요?
지금 한국의 아파트는 숫자로만 구분되어 있어요. 분양할 때도 59㎡ 타입, 84㎡ 타입 등으로 나누지만 크기만 다를 뿐 구조는 모두 똑같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구축한 자이 디자인 컴포넌트는 거주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주도적으로 집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평형대(59㎡)의 집이지만 30평형대(84㎡)처럼 큰 거실이나 드레스룸을 가질 수도 있고, 30평형대(84㎡)이지만 가족 구성원 수가 적은 경우에는 방의 개수를 줄이고 다이닝룸을 키운다든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구조를 변경할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59, 혹은 84라는 숫자를 듣고 떠올리는 아파트의 이미지부터 달라질 거예요. 이런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이 같은 공간에 살더라도 그곳에서 평생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번에 자이가 구축한 경험 중심의 디자인 컴포넌트가 이런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자연, 자유, 여유. 박진 대표는 ‘자이로움’이라는 단어 안에 주거의 중요한 키워드가 담겨 있다고 느낀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자이로움’이란 어떤 것인가요?
‘자이로움’이라는 단어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저는 주거의 세 가지 중요한 키워드는 자연, 자유, 여유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세 단어는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며 가치가 더해지죠. 공간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며,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위해서는 내 공간에 그만큼의 빛이나 자연이 있어야 합니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여유, 그런 여유로움 속에서 찾는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돕는 자연. ‘자이로움’이라는 단어에는 이 세 가지 주거 키워드의 느낌이 다 담겨 있어서 자이로움이라는 말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WRITER | SE BAE
PHOTOGRAPHER | CK OH
VIDEO DIRECTOR | FAM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