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SIGHT | EDITION

공간의 기능에 따라 편집한 ‘경치’

조망 1

지금 가장 가까운 창문을 바라보자. 조용히 보기 좋은 산세의 절경인지, 한강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에너지 넘치는 도시의 모습인지. 어떤 풍경이든 창밖의 이미지는 매 순간 사람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 오션뷰, 시티뷰, 리버뷰 등 부동산 가치를 매김하던 조망권을 집과 삶의 본질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때가 왔다.

조망 1

인기 있는 아파트의 조건, 조망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조망권’을 검색하면 뉴스의 자극적인 헤드라인부터 보인다. “조망권 있고 없고 따라 호가 차이 최대 5억!” “같은 지역에서도 조망권 따라 다른 시세!” 오션뷰, 시티뷰, 리버뷰, 공원뷰 등 조망권은 집의 가치를 가늠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조망권이란 건물 같은 특정한 위치에서 자연, 역사 유적 등 밖의 경관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던 1990년대 말에 처음 등장해 한국의 고층 아파트 역사와 맥을 같이해왔다.

Photo by Adrien Olichon

좁은 지역에 빼곡히 들어선 고층 아파트에서 조망권은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잣대이기도 하지만, 주거 생활에서 좀 더 본질적인 개념이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모두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은 일하는 공간으로, 쉬는 공간으로, 이전의 전통적인 역할까지 모두 떠맡기 시작했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라면 창밖 풍경을 볼 겨를도 없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창밖으로 내다보는 경관은 답답한 일상에 여유를 줄뿐더러 규칙적인 일과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시대, 조망권은 집을 거래하기 위한 교환 가치보다 좋은 환경에 오래 머물고 싶은 정주의 가치를 담기 시작했다.

Photo by Markus Winkler

한옥에서 찾아낸 조망권의 의미, 차경

지금 가장 가까운 창문을 바라보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나? 고즈넉한 집이 보이고 지붕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으며 뒤로 펼쳐진 산세의 절경이 보인다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용히 응시하게 될 테다. 창문의 사전적 정의는 ‘방 안과 밖을 소통하기 위해 벽에 뚫은 구멍’이다. 하지만 단순한 그 구멍을 통해 우리는 좀 더 고차원적인 것을 본다. 그것은 계절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그곳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풍경이다. 창문이라는 액자를 통해 우리는 수천 장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것이다.

지금 가장 가까운 창문을 바라보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나?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조망에 매료됐을까? 그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한옥이 있다.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창문은 굉장히 다양하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중문, 빛을 끌어들이는 광창, 통풍을 위한 살창, 마루나 방 앞에 설치해 접었다 펼 수 있는 분합문 등 문의 이름만 봐도 기능과 목적을 알 수 있다. 선조들이 이렇게 다양한 창문을 만든 이유는 차경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차경이란 ‘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동서양의 건축과 조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개념인데 특히 한옥에서 두드러진다. <한옥 미학>을 쓴 임석재는 이렇게 표현했다. “창을 통해 무엇을 보는가는 한평생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 요인이다. 만약 이것을 보다 본격적으로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집은 사람에게 매우 이로울 수 있다. 한옥이 그렇다. 한옥에서는 창을 창으로 보지 않았다.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액자로 봤다.”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데크층 커뮤니티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메인 투시도

창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아파트

저자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차경이란 자연의 경치를 집 안으로 직접 가지고 온다는 뜻은 아니다. 한옥을 구성하는 각 공간의 분위기나 목적에 따라 경치를 선별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러한 선조의 지혜를 적용한 현대적 건축 사례로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아파트 설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조망에 특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경치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거실의 넓은 창문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차경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거실뿐만 침실, 욕실, 취미 공간 등 각 공간에 어울리는 조망을 세심하게 편집했다.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앞에는 서해가 펼쳐져 있다. 아파트의 전 세대가 완전한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건축물 구조를 바다를 향해 열린 배치로 설계했다. 특히 활동하는 동선이 가장 많이 겹치는 거실, 식당, 부엌 세 공간을 집의 중앙에 배치하여 바다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였다. 거실은 270도 파노라마형으로 창과 발코니를 설계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침실에서는 기존에 붙박이처럼 설계했던 발코니를 과감히 없앤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옥은 본채와 마당 사이에 복도나 경계를 없애서 집 앞 풍경이 마치 방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의 침실 역시 바다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최소화했다. 침대에 누워 최선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Editor | KK Baek
Photography | GSENC
Illust | HK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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