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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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부 공간에 주목한 까닭

자이스케이프 1

아파트 외부 공간은 반쯤은 방치된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우선 차분하고 정갈한 외부 공간에 감탄하게 된다.
아파트 외부 공간은 왜 최근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또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아파트 외부 공간은 반쯤은 방치된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우선 차분하고 정갈한 외부 공간에 감탄하게 된다. 아파트 외부 공간은 왜 최근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또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외출을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이 쌓여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향할 수 있는 장소들은 줄어들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창밖을 내다보면 나무와 벤치, 파고라 등 아파트 단지 안의 가까운 공간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선뜻 나들이할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아파트 외부 공간이 가진 가능성이 충분히 발견되지 못했기에 아직은 그리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옥외 공간의 경험

도시의 숨길이었던 야외의 다중이용시설들은 꽤 오랫동안 팬데믹에 의해 틀어막혀버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숨길을 마스크 속에 가두거나 작은 창문에 기댄 채 방 안에 갇혔다. 하지만 서서히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다중이용시설과 외부 공간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것은 도시의 오래된 바람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천루가 지어졌던 뉴욕에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한 세기 전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공원을 조성했다. 도시공원의 효시가 된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옴스테드는 그때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백 년 후에는 이 정도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구들은 그것이 설계자의 순진한 믿음이나 과장된 수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바깥에서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거나 식물을 바라보는 행위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들에게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약을 처방한다.

뉴욕은 센트럴파크라는 대공원이 있어 대도시다.

공급자의 시각을 넘어서

낮게 펼쳐져 있던 집들을 높이 쌓아 올린 이유는 아름다운 조망과 더 많은 햇빛뿐 아니라 동과 동 사이의 넓은 공지를 얻기 위함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광활한 외부 공간을 갖는 데 성공했으나 차량 보유율의 증가로 그 대부분은 주차 공간에 의해 점거되었다. 주차장이 지하화되고 아파트 외부 공간에 차별화된 조경 디자인이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법적인 조경의무면적을 충족시키는 기본적인 식재에 머무르던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하며 ‘생태’나 ‘환경’ 등의 키워드를 차용한 각종 테마 공원을 선보인 것이다.

관리와 공급의 측면에서 시각적 요소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파트 외부 공간은 이제 입주자들의 다양한 생활 시나리오를 담을 수 있는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아파트 외부 공간은 관리와 공급의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고려되어온 탓에 눈에 잘 띄는 오브제 등 시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계획되어 수많은 소비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입주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에는 미흡함이 있었다. 그 한계에서 벗어나 아파트 외부 공간이 세대 내부와 별도로 분리된 영역이나 관조의 대상이 아닌, 거주 경험의 일부로서 인식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동일한 평면 구조를 가진 집들이 삶의 방식에 따라 가구 배치와 인테리어를 달리하듯, 이제 똑같은 기준을 넘어서 여러 입주자들에게 맞춤화된 외부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이스케이프는 기존 외부 공간 디자인의 접근 방법과는 다르게 거주 경험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다.

자이가 시도하는 아파트 외부 공간의 혁신

이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자이는 아파트 공용부 시설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이스케이프’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거주자들의 공간 경험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디자인 리뉴얼에 착수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는 자이 내부의 역량을 집중했을 뿐 아니라 최중호스튜디오가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해 사용자 인터뷰부터 공간 설계와 디자인을 함께 했다.  실제로 자이스케이프의 개념을 정립한 디자인팀 담당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자이에 사는 동안 육아 휴직 기간을 보냈어요.  육아로 자연스럽게 이웃과 친해지면서 단지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외부 시설을 잘 이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아파트 외부 공간 역시 실내와 같은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러한 공간들이 자이풍경(xi scape)이 되었으면 했어요.”

건물에 들어설 때 이용하는 동 출입구는 조경 구간을 피해 마련되는 까닭에 좁고 칙칙한 통로로 여겨져 왔다. 자이스케이프에서는 하부의 동 출입구를 이용하는 이들이 언제나 환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내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레드 카펫이 깔린 라운지처럼 조성했다. 건물에서 나온 뒤 단지를 빠져나가려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계단과 조형적으로 화려한 게이트를 통과해야만 했는데, 자이스케이프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게이트와 단지 내의 단차들은 집으로 들어가는 동선과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는 공간들로 디자인되었다.

입주민은 자이스케이프의 동 출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환대 받는 기분을 느낀다.

지상과 지하를 잇는 길이자 휴식 공간인 자이스케이프의 선큰 공간

도보가 아닌 지하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갈 때 경유해야 했던 선큰 공간은 과거 지하의 채광과 환기를 위한 드라이 에어리어로서 기능적인 역할만을 담당해왔다. 특별한 역할 없이 지나치는 장소라 주동과 같은 마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차가운 장벽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자이스케이프의 선큰 공간은 지상과 지하, 지하와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로 이어주는 길이자 벽천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평안하게 책을 읽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탄생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하나지만 밖을 나서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모두가 나름의 목적으로 하루 중 일정한 시간 동안 경유하거나 머무르는 아파트 단지 외부 공간의 중요성은 오랫동안 강조되었지만, 집안과는 다른 대우를 받아왔다. 자이스케이프는 이제 내 방으로 들어가기까지 거쳐가는 단지 내 모든 곳을 내 집의 일부로 느끼게 할 것이다. 또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에 놓이는 가구까지 직접 디자인했던 것처럼 자이스케이프는 외부 공간의 시설물이나 가구까지 공간의 용도에 어우러지게 모듈화해 설치함으로써 통일된 경관을 연출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은다.

Editor | Scorer
Illust | Mallang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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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케이프 시리즈]
아파트 외부 공간에 주목한 까닭 –
자이스케이프 1 (현재 글)
자이스케이프는 아파트 외부 공간의 미래다 – 자이스케이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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