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양대학교 비즈니스인포매틱스학과 차경진 교수입니다. 비즈니스인포매틱스학과에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 비즈니스의 문제나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에서 그동안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CS(Consumer Satisfaction, 고객 만족)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거쳐 이제 DCX(Data-driven Customer eXperience,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설계 방법론을 통해 알게 되는 ‘의미’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DCX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의 필요를 찾아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있어 AI 기술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즉, 고객 중심 가치를 드러내는 비즈니스 솔루션이 바로 DCX라고 할 수 있습니다. DCX는 AI 기술로 가치를 만드는 방법의 일부이면서 고객만족과 사용자 경험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고객 경험과 사용자 경험을 편리하게 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즉 경험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비즈니스 혁신들이 ‘고객’ 연구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DCX는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GS건설과 함께한 이번 연구에도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DCX) 설계 방법론을 사용하셨습니다. 건설사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접근법이었는데요. 연구 주제와 방향성을 어떤 의도로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주택 시장이 활성화됐던 건 투자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어나면서 이런 것들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죠. 이제 집에서의 삶에 대한 ‘경험적 가치’를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기능적 가치만을 좇으면 편리함 또는 가성비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뿐입니다. 보편적인 4인 가족 공간 설계에 더해서, 늘어나는 1, 2인 가구에 집중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1, 2인 가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1, 2인 주거 공간이 전체 주거 공간의 70%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84제곱미터에 방 3~4개’ 있는 집이 언제까지 통할지 모를 일이거든요. 그렇기에 수많은 형태를 가질 1, 2인 가구 각각의 삶에 저마다 알맞은 경험을 주는 새로운 주거 의미를 설계하는 것이 고객 경험(CX)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집과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과 필요를 갖고 있는지 연구했어요.
©Unsplash
GS건설과 함께한 ‘데이터 기반 1, 2인 가구 중심 미래 주거 경험 설계’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빅데이터를 분석할 땐 빅(big)에 집중하지 마라.”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미 아는 뻔한 결과를 보지 않는 거죠. 정규 분포가 아닌 양 극단을 보면 특이한 맥락을 가진 고객 집단이 보입니다. 이들은 가벽을 쳐서 공간을 분리하거나 암막 공간 또는 방음 공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특별한 경험들을 ‘혁신적’이라고 생각하고 끌리죠. 그래서 저는 빅데이터 기술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고객군을 찾아내고, 생각하지 못했던 고객의 맥락을 찾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우리의 상품을 언급한 데이터보다는 우리의 소비자가 될 사람들의 라이프 데이터를 봐야 합니다. 주로 어디서 머무는지, 집과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하는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모두 살펴보는 거죠. 이런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주거 경험에 녹아 있는 집에서 살게 되면 ‘내가 바라는 삶의 맥락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겁니다.
1, 2인 가구 주거 공간의 의미 변화와 경험적 맥락이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었어요. 주방을 그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없을 수 있고, 거실에 큰 TV와 소파가 있는 집이 예전보다는 덜 필요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공부 공간, 홈트 공간, 영화 감상 공간, 계속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변적인 공간 등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니즈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고민하는 거죠. 이 변화는 공간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가전제품을 통한 변화, 앱을 활용한 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역의 한계가 없는 거죠.
©Shutterstock
교수님이 제시한 ‘선명한 경험’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10년 뒤에는 주류가 될 1, 2인 가구들의 페르소나를 다양하게 찾아서 각 페르소나마다 가변성과 연결성 또는 디지털 경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묶어봤어요. 반려견을 키우는 1인 가구라면 집안에 반려견의 동선을 고려한 작은 문을 만든다거나, 회사에서도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웹캠을 설치한다거나, 단지 안에 반려견 유치원을 만드는 등의 옵션이요.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하는, 일종의 ‘선명한 경험’이 됩니다. 선명한 경험을 해본 사람은 ‘자이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좀 더 행복하다’는 경험에 이끌려 다음 집도 자이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결국 선명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 디자인이 자이를 선택하게 하는 중요 요인이 되는 것이죠.
©Shutterstock
이제 1, 2인 가구 각각의 ‘개별적인’ 주거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이번에 연구한 미래 주거 경험 설계가 반영된 주거 공간이 제공된다면, 자이 고객은 어떤 혜택을 누리게 될까요?
이제는 주거 공간의 공통적인 맥락을 찾기보다는 다양해지는 ‘변화’에 ‘맞춤’한 공간을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고객의 필요에 맞춘 새로운 공간이나 혜택을 모델하우스에서는 다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활용해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옵션 A를 추가하면 가구는 이렇게 배치되고, 반려견 공간은 이렇게 확보되고, 음향 공간은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는 것들이죠.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아주 다양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상상하시는 미래의 자이, 미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헬스케어를 잘할 수 있는 경험을 장착한 공간일 수도 있고, 혼자 외로운 사람이면 커뮤니티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나에게 온전히 맞춰지는 경험 공간’이 ‘자이로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격이 다른 집이 탄생하는 거죠.
혁신을 위해서라면 너무 물리적인, 설계 도면 상의 변화로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비스, 제품, 옵션의 연결이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이 내 라이프에 맞춰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때고, 그게 바로 미래 주거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WRITER | SE BAE
PHOTOGRAPHER | KS KIM
VIDEO DIRECTOR | FAM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