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SIGHT | EDITION

창문 너머로 바라본 삶의 질

조망 2

어떤 조망을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조망을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바닷가에 위치한 집이라도 방향이나 시야각에 따라 풍경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심코 바라본 조망이 어떠한가에 따라 하루의 시작, 나아가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삶을 위해 당신은 어떤 조망을 고르고 싶은가?

조망 2

여든 살 작가도 가슴 뛰게 만드는 조망

‘더 큰 첨벙’, ‘아르카 세르차’ 등 도외적 색감과 세련된 장면의 작품으로 사랑받는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향년 85살인 그는 최근 아이패드로 그린 작업물을 엮어 <마이 윈도우My Window>라는 작품집을 펴냈다. 노화로 기력이 없을 만도 한 그가 매일같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창작욕을 불태웠던 데에는 창문의 역할이 컸다. 그는 침대에 누워 커다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120여 장의 그림을 그렸다. 계절에 따라 만개한 꽃, 눈 쌓인 나뭇가지 등 창문 너머의 풍경이 그의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David Hockney, by Taschen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 본래의 기능을 되찾기 시작했다. 몇 달간 집에 오래 머물면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좀이 쑤시고 참기 어렵다가 어떻게든 일과 삶의 질서를 찾기 위해 분주해진다. 코로나19 시대의 이러한 활동 패턴을 혹자는 노년의 삶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방 안에서라도 끊임없이 밖을 내다보며 창작 활동을 놓지 않은 호크니의 태도가 이런 시기에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집 안에서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요즘, 침대 위에서도 이토록 멋진 작업을 하게 만든 원동력, 창문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때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햇빛 효과를 체득했다.
창문은 집에서 더욱 중요하다.

창문과 조망, 왜 중요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창가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카페 또는 식당에 가거나 비행기나 기차를 탈 때 창가 자리에 먼저 눈이 가고, 사무실에서도 직급이 높은 사람일수록 창가에 책상을 두는 경우가 많다. <공간 심리학>의 저자 발터 슈미트는 오랜 연구 끝에 명쾌한 해석을 내놓았다.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뼛속 깊이 새겨진 진화의 심리’라는 것이다. 인간은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햇빛 효과를 체득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감정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생활 리듬, 호르몬, 체온에도 큰 영향을 준다. 창문은 집에서 더욱 중요하다. 실내 공간에서 거주자의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축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실내디자인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밖을 볼 수 없는 창 없는 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대체로 현실감 결여, 우울증, 불면증, 무력증, 저혈압증, 반사작용의 둔화 같은 정신적·육체적 손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Photo by Sebastian Staines

Photo by zero take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이러한 조망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파트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입지해 있다 하더라도 거주자가 느끼는 조망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해에 위치한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전 세대가 고르게 양질의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축의 첫 단계에서부터 인간의 시야각과 각 세대의 조망권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좋은 조망을 여러 세대가 함께 누리도록 하기 위해 바다에 접한 건물뿐만 아니라 뒤에 위치한 건물의 조망권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바다에 근접한 단지를 저층의 프라이빗 테라스 하우스로 디자인했다. 이곳은 프리미엄 주거를 포함해 다양한 커뮤니티 센터로 구성돼 있으며 바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라운지도 마련돼 있다. 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외부 구조물을 대형 계단으로 디자인해 입주민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을 독립적으로,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창문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21년에는 없어질 인테리어 트렌드’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새해에 각광받을 트렌드보다 ‘없어질’ 트렌드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일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오픈 플로어 플랜’이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오픈 플로어 플랜이란 거실, 방, 부엌 등의 경계를 허물고 탁 트인 구조를 지향하는 인테리어 방식이다. 공간을 나누는 벽이 없기 때문에 실내가 더 넓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이와 반대로 창문, 문, 벽 등을 활용해 각 공간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떠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출판사 <아파트 테라피>의 홈 디렉터인 대니얼 블런델Danielle Blundell에 따르면 사람들은 집 안에서도 프라이버시를 원하기 때문에 방 칸막이를 추가하거나 문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시키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집에 다양한 용도의 방이 많아질수록 창문은 외부 환경과 소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도구로 각광받을 것이다.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조감도

창을 통해 보는 것이 미치는 영향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이와 같은 관점으로 공간을 구획했다. 거실·식당·부엌을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전면에 배치하고 뒤쪽으로 다양한 목적에 따라 공간을 독립적으로 분리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을 묶은 것이다. 거실·식당·부엌과 안방, 욕실, 그 밖의 방에는 공간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조망을 배치했다. 거실·식당·부엌 공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머무르기에 탁 트인 파노라마 형태의 창을 통해 깨끗하고 넓은 바다를 들였다. 안방과 가까운 욕실에서는 반신욕을 즐기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창을 냈다. 거실에서 보이는 원생의 바다와 달리 아늑하고 잔잔한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이국적인 해외 호텔의 공간처럼 연출했다.

“창을 통해 무엇을 보는가는 한평생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 요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 평론가 세라 윌르엄스 골드헤이건은 그의 책 <공간 혁명>에서 조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유년기를 행복하게 보낸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 적 살던 곳에 반드시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있다고 한다. 창을 통해 무엇을 보는가는 한평생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 요인이다.” 무의식적으로 매일 마주치는 창밖 풍경이 일생의 감성을 좌지우지한다니. 여든 살이 넘어 노쇠한 몸으로 누워 있던 아티스트도 다시 창작의 욕구로 들끓게 만든 게 창문이었다. 당신에게 창문은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펼쳐질 삶을 위해 당신은 어떤 조망을 고르고 싶은가?

Editor | KK Baek
Photography | GSENC
Illust | HK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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