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theconranshop.korea
국내 리빙 산업은 2000년대에 들어 서서히 성장하다 근 10년 사이 큰 도약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에 8조 원 규모였던 홈퍼니싱 시장은 2017년에 12조 원을 넘어섰고, 리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올해, 이를 방증하듯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역대 최다 관람객(10만여 명)과 최다 브랜드(480개)를 동원했다.
한편, 호황 속 소비자는 좋은 가구를 선별하기가 힘들어지고 브랜드는 소비자를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때 리빙 편집숍의 등장이 둘 사이를 이었다. 리빙 편집숍은 뾰족한 기준과 감각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발굴하고, 소비자에게 한발 앞서 트렌드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현재 리빙 편집숍들은 무엇에 주목하고 있을까? 국내 인기 편집숍 가운데 뚜렷한 가치관과 색깔을 지닌 다섯 곳을 추려 이를 알아본다.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창립 멤버 조지 소든(George Sowden)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탄생시킨 브랜드 소든(SOWDEN) 제품을 셀렉한 더콘란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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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가고 미드 센추리 모던 온다: 루밍
2008년에 문을 연 루밍은 국내 1세대 리빙 편집숍에 속한다. 2010년대에 북유럽 가구가 크게 유행하며 리빙 시장이 떠오를 때 루밍의 성장도 함께했다. 초기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북유럽 등 해외 거장의 제품을 소개했으나, 근래에는 신진 브랜드나 국내 브랜드도 발굴하는 편이다.
‘월간 디자이너’나 상황별 ‘키워드’를 꼽아 큐레이션 하는 것이 여타 편집숍들과 구별되는 차별점. 8월의 디자이너로는 장 프루베(Jean Prouve, 1901~1984)가 선정됐다. 장 프루베는 2020년대 인테리어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미드 센추리 모던’ 시대의 디자이너다. 목재의 차분함을 강조하는 북유럽 가구와 다르게,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는 금속, 유리 등의 산업용 소재와 포인트 색을 활용한다. 루밍의 박근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을 두고 “북유럽 제품의 정갈함보다는 디자인적인 느낌이 더 강하지만, 그렇다고 과하지는 않아서 북유럽 스타일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말한다.
8월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장 프루베’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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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키워드 큐레이션에서는 계절감을 살려 ‘여름 인테리어 아이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함께’와 같은 주제를 선정했다. 여름을 맞아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패브릭, 라탄, 금속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있으며, 강렬한 패턴과 색상이 돋보인다. 통일감 있는 소재나 모던한 무채색으로 인테리어하던 과거와 달리, 소재나 패턴, 색상 등을 과감하게 조합하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요한나 글릭센(Johanna Gullichsen)의 패턴은 독특하면서 기하학적으로, 어디에 놓이든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Instagram @rooming_official, @johanna_gullichsen_official
수공예적 동양의 미: 챕터원
2013년, 리빙 편집숍들이 북유럽 가구를 들여와 몸집을 키워나갈 때 홀로 ‘동양’을 외치며 시작한 편집숍. 오랜 삶의 지혜에는 그 어떤 유행도 따라갈 수 없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공예와 현대 산업사회의 접점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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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혹은 현대 작가의 공예품에 주목하는 것이 챕터원만의 강점. 이는 10년이 지난 지금,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외국과 국내 제품의 비율이 1:1이지만, 외국이라 해도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 기반한 것이 많다. 손으로 빚은 토기, 옻칠된 쟁반처럼 수공예의 만듦새가 선사하는 감각은 감히 공산품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 테이블, 의자와 같은 서양식 입식 가구는 현대적 동양미가 더해지며 차분함이 돋보인다.
럭셔리테리어의 완성: 더콘란샵
1974년 영국에서 설립된 역사 깊은 곳으로, 세계적 관점에서 리빙 편집숍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2019년에 첫 지점이 상륙했다. 프리미엄, 럭셔리, 하이엔드를 추구하며 300여 개 해외 브랜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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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가구는 고급 주거에 대한 니즈와 맞물려 이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공간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가구를 고급 오브제나 예술 작품처럼 감상, 수집하는 목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프리미엄 가구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띤 데에는 MZ세대들의 명품 소비문화도 작용했다. 명품 소비문화가 집 꾸미기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소비 대상이 의류나 화장품을 넘어 프리미엄 리빙 아이템으로 넓어진 것. 급기야 ‘럭셔리테리어(luxury+interior)’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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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 가구로 유연하게: 무브먼트랩
현재 국내 리빙 분야를 이끄는 토종 2세대 브랜드(잭슨카멜레온, 무니토 외 다섯 개)가 모여있다. 1세대 리빙 시장이 ‘해외 하이엔드’ 가구와 ‘국내 기업’ 가구, 이 두 가지 선택지뿐이었다면, 2세대 브랜드는 해외 하이엔드 가구보다 가격은 합리적이나, 국내 기업의 가구보다 디자인이 우수한 포지션을 취한다. 무브먼트랩의 인기 제품을 살펴보면, 그 공통점이 모듈형 가구로 모인다. 모듈형 가구는 쓰임과 공간 크기에 맞춰 모듈을 결합해 1인 가구의 집(원룸)부터 신혼부부의 20~30평형 집까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감각적인 디자인이 결합해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모듈을 조합해 좌석 형태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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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랩은 세컨드마켓을 운영하기도 한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는 구매한 신제품을 이후에 되팔고, ‘가치 소비’ 혹은 ‘절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중고 가구를 구매하는 통로가 마련된 것. 무브먼트랩의 세컨드마켓은 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창구로도 주목할 만하다.
Instagram @movementlab_official, @jacksonchameleon
가구와 작품 그 사이 무언가: 모스카펫
2023년, 편집숍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리빙 커뮤니티 플랫폼’을 표방하며 론칭했다. 일반2023년, 편집숍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리빙 커뮤니티 플랫폼’을 표방하며 론칭됐다. 일반 편집숍이 제품을 큐레이션하여 판매한다면, 모스카펫은 가구 디자이너와 함께 가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모스카펫 프렌즈’라 불리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모스카펫 프렌즈 중에는 본래 맞춤형으로 주문 제작하는 디자이너가 많았고, 모스카펫에서는 이런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가구를 미리 제작하여 소비자가 주문 제작을 의뢰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디자이너 개인이 공급자로서 가구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면서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의 가구와 더 쉽게,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된 것이다.
모스카펫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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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카펫의 가구들은 무브먼트랩처럼 2세대 국내 리빙 브랜드(창작자)의 가구 위주로 이루어져 있으나 보다 더 젊고 작가주의적 분위기를 띤다. 젊은 창작자의 가구가 지닌 특징이라면, 실험적인 형태나 아이디어 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용도가 고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그 쓰임이 사용자에 달려 있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가구를 산다는 개념이 아니라, 가구 ‘작품’을 산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작가 노트를 읽듯 가구의 콘셉트 등을 이해하는 재미가 있다.
길종상가가 디자인한 ‘길종쁼딍’. 용도가 고정되지 않아 장식장, 책장, 수납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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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리빙 편집숍은 가구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면서 가구에 대한 안목을 높여줬다. 국내의 초기 리빙 시장이 ‘해외’, ‘거장’에 기대었다면, 지금은 ‘국내’, ‘신진’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포용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리빙 키워드가 2010년대에는 ‘북유럽 스타일’로 모아졌던 것과 달리, 2020년대에는 여러 가지가 교차 혼재한다. 그 덕에 소비자는 개인 선호에 따라 가구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만일 가구 취향이 모호하거나 취향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고 싶다면 리빙 편집숍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WRITER | GR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