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SIGHT | TREND

정리는 물건이 아닌 공간을 다룬다

‘보관’에서 ‘구성’으로, 정리의 본질을 재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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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물건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로 여겨졌다. 깨끗한 거실, 가지런히 접힌 옷, 칸칸이 나눠진 서랍은 효율성과 깔끔함의 상징이었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바구니, 박스형 정리함, 맞춤형 수납 가구 등 다양한 수납용품이 대중적으로 활용되었고, 정리는 곧 물건을 감추고 공간을 정돈하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정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단지 물건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기기 시작했다.

정리는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물건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로 여겨졌다. 깨끗한 거실, 가지런히 접힌 옷, 칸칸이 나눠진 서랍은 효율성과 깔끔함의 상징이었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바구니, 박스형 정리함, 맞춤형 수납 가구 등 다양한 수납용품이 대중적으로 활용되었고, 정리는 곧 물건을 감추고 공간을 정돈하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정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단지 물건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기기 시작했다.

ⓒshutterstock

‘보기 좋게’에서 ‘살기 좋게’로

정리는 더 이상 일시적 단장이나 수납 요령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과 에너지, 회복 탄력성을 설계하는 하나의 공간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주거 환경과 가족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일을 하고, 쉬고, 밥을 먹고, 여가를 보내는 모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주거 형태가 일반화되었다. 작은 면적 안에 다양한 활동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화되자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정리의 필요성과 관심도 함께 높아지게 되었다.

2020년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가속화시켰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며 거실은 사무실이 되었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주방은 카페로, 방 한 켠은 운동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단순한 생활 터전이었던 집은 갑작스럽게 다기능 공간으로 변화되어야 했다. 한정된 면적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재배치와 공간의 재설정이 필수였다. 집이 곧 일터이자 휴식처가 되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심리적 안정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가구 재배치로 공간의 용도를 변경해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누리는 사람의 삶을 배려한 것이다. ⓒikea

‘왜 정리하는가’를 묻게 된 계기

이 시기 대중문화 또한 정리의 의미를 ‘보이는 깔끔함’에서 ‘살아가는 방식’으로 끌어올렸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제시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원칙은 2019년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버림’이 아니라 ‘남겨 살기 위한 선택’이라는 정서적 전환을 확산시켰다.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방영된 TV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는 한국의 주거 환경과 정서에 맞는 실천적 접근을 통해 정리의 의미를 일상의 변화로 끌어들였다. 연예인의 집을 사례로 정리 전후의 생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정리가 곧 관계와 정서를 회복하는 과정임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소비자가 정리를 계획할 때에 수납함과 바구니부터 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설정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정리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계와 정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unsplash

가구·리테일의 수납 전성기

공간의 다층화는 곧 정리 및 수납의 세분화로 이어졌다.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수납·정리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케아(IKEA)는 소형 주거 공간에 최적화된 모듈형 가구와 다용도 수납 솔루션을 제안하며 작아도 잘 사는 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책상과 수납장이 결합된 가구를 출시하며, 업무 공간과 정리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인양품(MUJI)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표준화된 수납 도구로 ‘미니멀리즘’을 생활에 적용하게 했다. 속이 들여다 보이는 수납, 크기가 호환되는 박스와 선반 시스템 등은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춘 질서를 구현하려는 수요와 맞닿는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휘게(Hygge) 스타일은 정리된 공간에 따뜻한 조명과 부드러운 텍스처를 더해, 단순한 깔끔함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리가 단지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디자인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케아 ‘빌리(BILLY)’ 시리즈의 책장+접이식 테이블 제품의 하단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평소에는 책장으로 사용하다 필요에 따라 펼쳐서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다. ⓒikea

정리는 삶을 설계하는 일

정리는 물건을 치우는 것을 넘어, 생활의 구조와 패턴을 새롭게 설계하는 행위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면 생활 습관이 변하고, 공간을 재배치하면 생활 동선이 바뀐다. 더 나아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 집중하는 삶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물건을 줄이거나 감추는 단순한 의미의 정리가 아닌, 한정된 면적 안에서 나의 시간과 주의력, 관계의 우선순위를 되찾는 과정으로서의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똑똑한 정리’ 정희숙 대표가 제안하는 정리 시스템 5단계를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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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목적을 설정하고 꺼내어 분류하고, 비우고, 수납하고, 유지하는 정리 시스템 5단계.
‘똑똑한 정리’ 정희숙 대표는 정리에 앞서 공간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리의 끝은 ‘보기 좋은 집’이 아니라 ‘나답게 살 수 있는 집’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그 안에서의 시간은 회복과 재충전을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정리는 하나의 마무리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여는 준비 과정이다. 비워낸 공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WRITER   |  E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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