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조를 이해하려면 공용면적의 개념도 알아야 한다.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기에 함께 더 쾌적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공용면적이 존재한다. 현관, 복도, 엘리베이터처럼 집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거 공용면적, 그리고 관리사무소, 커뮤니티 시설 같은 기타 공용면적이 포함된다. 그러니 공용면적의 가치란 그저 크고 작은 숫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윤택하게 하는 방식에 있다. 공용면적을 내 집을 더 넓게 누리는 방식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일상의 디테일이 달라질 것이다. 현관문 너머의 세계를 내 삶과 분리된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나의 정원, 우리 동네로 여기는 손명희처럼.
디지털 통합 마케팅 전문 기업 넥스트페이퍼 엠앤씨 대표 손명희는 단지를 ‘나의 동네’로 삼고 유용하게 활용한다. 그는 단지 안팎을 자주 거닌다. 커뮤니티 시설도 자주 이용하고 마치 오솔길처럼 조성된 단지 내 산책로도 즐겨 걷는다. 부슬비 내리는 날 뒷동산에 올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 것 또한 재미다. 그가 ‘집’이라고 부르는 장소의 공간적 범위가 몇 동 몇 호로 불리는 집 한 채에 국한되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나아가 도심으로까지 확장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역 |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공급면적/전용면적 | 82.64㎡/59.99㎡
거주 기간 | 약 3년
이 집의 어떤 면모에 반했나요?
미국에서 10년 정도 살다가 귀국하고는 약 3년 만에 얻은 집이 공덕자이였어요. 당시에는 굉장히 드물게도 청약으로 분양받은 집이었습니다.(웃음) 마포구에 있는 자이에 처음 살아봤는데 만족도가 정말 높았어요. 수납공간을 꼼꼼하게 계획한 집의 만듦새부터 커뮤니티 센터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과 풍성한 단지 조경 디자인까지, 건설사가 이곳에 사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자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기회가 돼서 3년 전 마포자이3차로 옮겨왔습니다. 고층이라 볕이 잘 드는 점이 좋았어요. 제가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왔으니 오늘날의 아파트 모습 또는 서비스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으로만 말하면 우리나라 아파트는 거주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섬세하게 기획한 디자인이 특징인 것 같아요. 좁은 면적이라도 평면 구성이 짜임새 있어서 죽은 공간(dead space)이 거의 없어요. 그만큼 공간 활용도가 높고요. 또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요. LA에 살 때 콘도미니엄을 분양받아 거주했는데,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생활에 더 만족해요.
“저는 도시를 이해하는 척도로
아파트 단지를 보는 편이에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까요?
대규모 단지라서 형성되는 도시 인프라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사는 마포자이3차는 아현뉴타운의 일부로, 여러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어요. 서쪽과 북쪽으로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동쪽으로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공덕삼성래미안이 있죠. 인구 밀도가 높으니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고 교육 환경도 좋아요. 마포아트센터, 아현문화건강센터, 도서관 등이 지척에 있고 이이들은 대로를 건너지 않고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어요. 뉴타운 중심에는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쌍룡산 하늘공원이 있어요. 아파트 단지가 도시 소음을 막아 공원이 굉장히 조용해요. 개구리 울음소리, 새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라니까요.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여기가 서울 맞나?’ 싶을 정도예요. 그렇지만 사실 도심과 굉장히 가깝죠. 저는 회사를 걸어 다니는데 15분 정도 걸려요.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을뿐더러 가볍게 걷는 동안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덕분에 출근해서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저는 도시를 이해하는 척도로 아파트 단지를 보는 편이에요.
집을 선택할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국에 살 때 몇몇 한국 지인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비싼 차 타야 해. 남들에게 보여지는 거잖아. 그런데 집은 그렇지 않아. 집에 들어가면 너만 있는 거고, 남에게 보여줄 기회가 적잖아.” 사업가니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었을 텐데 저는 정반대 입장이었어요. ‘집이야말로 최고의 투자처다.’(웃음) 집은 제게 안식처예요. 저희 부모님께 배우기를 ‘집에 들어와서는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편안해질 수 있어야 한다’였어요.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집안 식구 모두가 ‘같은 편’이란 생각을 심어주셨죠.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기꺼이 들어주는 분위기를 만드셨어요. 그래서 저는 평소에도 집을 위한 투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여겨요. 단순히 값비싼 가구와 장식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신경을 쓰면서 만들어가야 되는 장소인 거죠.
애정으로 돌보는 아파트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들려주세요.
평일에는 오전 6시 30분쯤 피트니스 센터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러닝머신 너머로 정원이 보이는데, 계절별로 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고, 그러면 나도 힘내서 일하러 가야겠다는 에너지가 솟아요. 출근 전에는 창문 너머로 미세먼지 정도나 날씨를 체크하죠. 저희 동이 높은 지대에 있어서 거실에서 남산서울타워가 보이거든요. 남산서울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면 꽤 맑은 날이죠.(웃음) 퇴근하고 와서는 씻고 밥 먹고 저녁 8시쯤 하늘공원에 올라요. 요즘처럼 해가 길어질 때면 선선한 바람, 빛나는 노을, 지저귀는 새소리가 정말 좋아요. 주말에는 친척과 가까운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마케팅 분야 전문가, 그리고 소비자로서 보기에 사람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드 가치란 소비자에게 어떤 신뢰를 약속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공급자 입장에서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겠지요. 마포자이3차 모델하우스에 갔을 때 일이에요. 기존 집과 같은 평수인데 부엌이 더 넓어 보이더라고요. 제가 놀라니까 설명해주던 분이 “아파트는 진화합니다” 그러더라고요.(웃음) 그 말이 딱 머릿속에 들어오면서 속으로 ‘참 맞는 말이다’ 했던 기억이 나요. ‘진화라는 것이 결국 입주자가 업그레이드됐다고 느끼는 부분에 있겠다, 그것이 곧 브랜드 신뢰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아파트에 어떤 서비스를 직접 기획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입주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자이안센터의 피트니스 센터를 일주일에 4회 이상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구독 경제가 각광받는 산업이 된 건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증표잖아요. 자이안센터의 프로그램 또한 입주자에게는 서비스로 여겨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SI Woo
Film | J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