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을수록 즐겁다! 15초~60초 사이의 짧은 숏폼 동영상이 인기다. 대안 콘텐츠로 부상해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숏폼 동영상의 세계를 키워드와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았다.
글로벌 숏폼(Short Form)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의 월간 사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매달 한 번 이상은 틱톡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서비스를 론칭한 지 불과 5년 만의 일. 기록적인 성공이다. 틱톡의 성공을 모델로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유튜브의 쇼츠(Shorts)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역시 숏폼 동영상에 최적화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포털 네이버는 숏폼 동영상을 간단하게 편집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할 수 있는 ‘모멘트’ 기능을 발표했고, 대표적인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역시 ‘패스트 래프(Fast Laughs)’라는 숏폼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제작된 숏폼 콘텐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 SNS를 통해서도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우리가 숏폼을 주목하는 이유는 숏폼 동영상의 사용자 대부분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MZ 세대이기에 앞으로 그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 모바일에 최적화된,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숏폼 동영상은 기존 콘텐츠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경로로, 그리고 새로운 형식에 최적화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으로 전 세계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 15~60초
이름 그대로 짧은 동영상을 의미하는 ‘숏폼’의 러닝타임. 틱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동영상 제한 시간은 15초였다. 사용자가 늘어나며 필요에 따라 1분, 그리고 3분으로 제한시간이 늘어났지만, 지금도 틱톡 동영상은 1분 이내 분량의 콘텐츠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후발 주자인 인스타그램 릴스는 최대 30초, 유튜브 쇼츠의 경우 최대 60초 길이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 중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MZ 세대에게 숏폼의 짧은 러닝타임은 최소한의 투자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그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는 반짝 아이디어가 인기 숏폼 동영상의 필수 조건.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언어와 지역, 인종의 장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특징도 숏폼 동영상의 세계적 인기를 이끌었다.
2. 챌린지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는 SNS를 시작으로 숏폼 동영상을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일등공신이다. 동료 K팝 가수들을 시작으로 노래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을 공유하는 유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과거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유명인이 다른 유명인의 참여를 지목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별한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따라 하고 참여할 수 있었기에 폭발적인 참여와 확산이 가능했다.
최근엔 JTBC <싱어게인>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이무진이 발표한 ‘신호등’이 유저들의 자발적 챌린지 숏폼 동영상의 인기를 발판으로 발매 3개월 만에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역주행’을 기록했다. ‘신호등’은 가수가 공식적으로 챌린지를 진행하거나 유도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가사에 맞춰 다양한 색의 옷을 바꿔 입는 등의 영상을 자발적으로 올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자 음반 제작 과정에서부터 숏폼 콘텐츠를 의식한 안무와 멜로디를 넣거나, 가수가 적극적으로 ‘인맥’을 활용해 참여를 유도하는 등 숏폼 챌린지의 인기는 K팝 히트곡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3. 9 : 16
숏폼 동영상의 세로 화면 비율. 스마트폰 등장 이전, 동영상을 감상하는 화면은 가로가 표준이었지만 이제는 화면을 크게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는 것조차 번거로운 시대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 요즘은 다들 세로로 찍고, 세로로 본다. 이동하며 짬짬이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데 최적화된 숏폼 동영상은 자연스럽게 세로 화면이 표준이 되었다.
모두가 세로로 동영상을 감상, 촬영하고, SNS 피드를 스크롤하는 시대, 가로와 세로 화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TV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해서 보다 큰 화면으로 SNS나 숏폼 동영상을 즐길 수 있으며, TV나 영화를 볼 때는 가로로 화면을 돌릴 수도 있다. 20여 년 전 TV에 익숙하던 사람들을 위해 휴대폰 화면을 가로로 회전시킨 것과는 반대로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TV 화면을 세로로 회전시킨 것. 바야흐로 지금은 ‘세로 본능’ 시대다.
4. 유저 = 크리에이터
틱톡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이 과거 동영상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전문적인 촬영 장비와 편집 툴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상을 제작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숏폼 동영상의 경우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편집과 다양한 효과를 넣을 수 있어 ‘근사한’ 영상을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된 것.
사용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쉽고 간단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숏폼 동영상 인기의 핵심이다. 음악 저작권 문제에 까다로운 여타 콘텐츠와 달리, 숏폼의 경우 최신 히트곡을 사용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도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 심지어 동영상이 아닌 사진 몇 장을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지금, 숏폼 동영상은 콘텐츠의 물결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5. 49%
틱톡 사용자가 ‘광고도 재미있으면 상관없다’고 응답한 비율. 틱톡이 주목받은 이유는 유튜브 광고를 보는 15초라는 시간 동안 틱톡에서는 콘텐츠 하나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버튼을 누를 시간도 없이 끝나는 숏폼 동영상은 광고와 콘텐츠의 구분을 흐린다.
광고 마케팅 도구로서 숏폼 동영상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보다 쉽게 반복적인 시청이 가능하다는 사실. 흥미를 느낀 동영상의 길이가 10초에 불과할 경우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랜드에게 시청자의 마음속 깊이 메시지를 각인할 수 있는 반복 시청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기에, 숏폼 동영상은 2022년 현재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툴로 각광받고 있다.
콘텐츠 홍수 시대. 우리에게는 그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주의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8초에 불과하다.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동영상을 시청하는 평균 시간은 5분에 불과하며, 이는 갈수록 짧아질 전망이다. 사람들이 화면을 터치해서 다음 버튼을 누르기 전, 싫증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 영상이 시작되며, 짧고 가벼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숏폼 동영상이 대세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0대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로 취급받던 숏폼 동영상이 모바일과 인터넷,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보편적인 형식이 되었다. 댓글을 다는 것보다 숏폼 동영상을 간단하게 찍어 올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와도 그리 놀랍진 않을 것이다. 숏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스마트폰이다. 별다른 촬영 도구도, 편집 도구도 필요 없다.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몇 번의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틱톡과 릴스, 쇼츠 등 숏폼 플랫폼으로 근사한 동영상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직접 경험해 보시길. 스마트폰을 들고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더 다채롭고 풍성해진 하루하루가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WRITER | KY CHUNG
ILLUSTRATOR | MALLANG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