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
INSIGHT | TREND

혼자가 좋지만 외롭긴 싫어, 공유 주거 문화

제3의 공간을 찾아서

‘혼자’가 트렌드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노는 요즘 청년들은 자유로우면서 안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함께’의 가치를 잊지 않는다. ‘혼자’와 ‘함께’가 결합한 새로운 주거 형태, 공유 주거 문화를 살펴본다.

‘혼자’가 트렌드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노는 요즘 청년들은 자유로우면서 안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함께’의 가치를 잊지 않는다.
‘혼자’와 ‘함께’가 결합한 새로운 주거 형태, 공유 주거 문화를 살펴본다.

©unsplash

제3의 공간을 찾아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담아낸 공간으로 ‘제3의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저서 <The Good Great Place>에서 제3의 공간이란 개념을 설명했다.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일터를 의미한다. 제3의 공간은 집과 일터에서 찾을 수 없는 에너지를 얻고,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소를 통칭한다. 독서 모임, 러닝 크루 같은 자기 개발과 취미 공유 활동이 그 예다. 실제로 이런 모임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 사회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 많다. 동시에 혼자서만 즐겼던 자기 취미를 타인과 공유하는 문화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정보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생산하는 활동이 여가의 목적인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제3의 공간을 찾는 이유다.

©unsplash

도시 속 마을들, 진화하는 공유 주거 문화

두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다. 특히 서울 거주 청년 10명 중 4명은 타지에서 상경한 사람이다. 제1의 공간인 집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타인과의 소통 공간인 제3의 공간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공유 주거’는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홀로 지내는 청년이나 제3의 공간에서 살기를 바라는 청년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되어 수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는 주거 문화다.  

‘코리빙(Co-Living) 하우스’를 생각하면 공유 주거 문화를 이해하기 쉽다. 코리빙 하우스는 독립된 주거 공간을 제공하면서 같은 건물에 사는 모두를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강연과 전시, 취미 클래스, 플리 마켓, 북 토크 등의 자기 개발을 독려하면서 이웃과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주거 형태는 전통 주거 문화인 ‘동네’와 ‘마을’을 닮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느슨한 연대로 이어진 편안한 관계.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공유 공간에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 같이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이 모든 것을 내 집에서 할 수 있다. 가족의 경계가 흐려지고 이웃의 개념 또한 모호해진 오늘날의 새로운 집인 것이다. 

©로컬스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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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

취향 저격! 요즘 코리빙 하우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유 주거 브랜드로는 로컬스티치, 맹그로브 등을 꼽을 수 있다. 로컬스티치는 ‘도시 생산자들의 워크&라이프 커뮤니티’가 되고자 한다. 코리빙 하우스를 표방하면서도 예비/초기 창업자에게 초점을 맞춘 코워킹 스페이스의 성격이 짙다. 말 그대로 집과 일터, 커뮤니티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1인 기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가들이 한 건물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정보과 영감을 나누고, 로컬 스티치는 이들의 서포터가 되어준다.

서교동에 자리 잡은 누디트 홍대는 리테일, 오피스, 호텔을 한 공간에 담은 1인 가구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의 지하와 1층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의 라이프스타일 상점, 생활 편의 시설이 있다. 2층부터 7층까지는 120평 규모의 코워킹 스페이스(2층)와 호텔(3~7층/약 300개의 룸)을 갖춘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타운 서교가 있다. 이곳의 입주자들은 멤버십 커뮤니티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상품과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서로의 삶과 일을 공유한다.

©맹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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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신촌

맹그로브는 다양한 구성원이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를 꿈꾼다. 타인과의 건강한 교류를 통해 자신을 알아 가고,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지지하는 뉴 리빙 커뮤니티 브랜드를 표방한다. 맹그로브만의 웰니스 프로그램인 ‘MSC(Mangrove Social Club) 프로그램’은 입주민의 건강한 일상을 가꾸고, 성장을 돕는 웰니스 커뮤니티로 브랜드의 성격을 잘 반영한다. 멤버 누구나 호스트가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모든 멤버는 이런 소셜 클럽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독특하게도 강원도 고성의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맹그로브 고성은 ‘리모트 워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워크 앤 스테이’다. 원격 근무와 워케이션을 떠나는 직장인을 위한 공간으로, 모든 투숙객은 바다가 바라 보이는 1층의 워크 라운지를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혼자’와 ‘함께’를 포용하며 진화하는 공유 주거 문화

이런 공유 주거 브랜드들은 각 지점마다 성격과 특징을 구분해 입주민에게 적절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홍대는 20대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강남은 30대 직장인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식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각 브랜드는 거주 형태와 지점의 성격을 세분화해 이용자에게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내가 사는 집에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한 차원 높은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shutterstock

코리빙 하우스 거주자들의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이들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컬스티치 마포 클러스터 소식 채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모임과 재미있는 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수집한 보드게임들을 함께 즐길 사람을 찾는 입주자도 있고, 자기 반려견의 생일을 기념해 쿠킹 스튜디오에서 생일 파티를 여는 입주자도 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집해 서교동 골목을 함께 걸으며 베이커리 맛집 투어를 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공유 주거 문화가 잘 작동하는 걸 목격하면 직접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미 ‘혼자’라는 트렌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그 틈에서 ‘서로’를 감각한다. 나 혼자 사는 데 주저함이 없는 요즘 청년들마저 결국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따금 외롭기도 하다. 분명 혼자이고 싶고 혼자여도 충분하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은 바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타인과 주고받는 영향력과 적절한 소속감이 그들의 안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혼자’와 ‘함께’를 모두 포용하는 공유 주거 문화는 이런 청년들의 니즈를 온전히 담은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1인 가구의 확대와 함께 더욱 성장할 것이다.

WRITER   |  SY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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