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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은 ‘주문 제작’이라는 의미의 ‘customize’에서 유래한 말로, 개인이 취향과 필요에 따라 제품의 기능과 설정, 디자인 등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과거 맞춤 슈트나 구두, 악기 그리고 호화 자동차 등에 머물던 커스터마이징 제품의 영역은 이제 먹거리에서부터 인테리어 소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MZ세대 소비 심리와 새로운 기술이 이끄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증가하는 이유는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완제품에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아이템을 바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MZ세대는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구입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느끼곤 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획일성과 표준화로 상징되는 대량 생산 시대를 지나 취향이 세분화되고,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초개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대 변화와 함께 최근의 눈부신 기술 발전도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저렴하게 맞춤형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더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AI 기술은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정확하게 추천한다.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AI는 고객이 좋아하는 영상 장르와 좋아하는 배우 등을 빠르게 인지해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대령한다. 나의 영상 취향을 ‘저격하는’ 커스터마이징 플랫폼인 것이다.
MZ세대 중심의 취향 소비도 커스터마이징에 영향
MZ세대는 특별하거나 특이한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꼭 맞는 제품 대신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난하게 여겨지는 인테리어 대신 개성적인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는 것도 커스터마이징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이다. 이들은 침실을 없애고 취미 공간을 넓히거나 주방을 간소하게 하고 욕실을 최고급으로 꾸미는 등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투여하는 데 서슴없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가전 및 가구 업계에서도 컬러와 사이즈, 모양과 재질 등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환경과 사회, 윤리 문제도 고려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 소비’ 역시 커스터마이징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주문 생산 방식인 맞춤형 제품은 너무 많이 만들어 쓰레기 산을 만드는 대량 생산 제품보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
또한 ‘나만의 제품’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커스터마이징 물건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대형 브랜드 카페 보다는 독특한 컨셉으로 꾸며진 카페들을 #취저 #히든플레이스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업로드하는 것에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그 영역을 빠른 속도로 넓히고 있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
휴대폰 케이스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는 최근의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례다. 케이스티파이는 나만의 문구를 내가 원하는 폰트로 자유롭게 새기고, 소재까지 골라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생산한다. 일반 폰 케이스에 비해 가격이 높고, 주문 제작 방식이라 바로 구입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주말엔 매장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상을 함께 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의 바람이 그만큼 큰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역시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에 적극적이다. 나이키의 일부 매장에는 의류와 신발, 모자 등에 패치를 부착하거나 프린팅할 수 있는 ‘커스텀 존’이 있다. 에어포스 운동화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는 예약도 쉽지 않을 만큼 인기다. 신발의 구멍에 ‘지비츠(Jibbitz)’라는 액세서리를 꽂을 수 있는 크록스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며 ‘못생긴 신발’에서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이끄는 신발’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내 입맛대로 영양까지 더하는 커스텀 식단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미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커스터마이징의 인기와 만나면서, 개인 기호에 맞게 식음료를 맞춤 주문할 수 있는 음식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풀리 김밥’에서는 총 260가지 조합으로 김밥을 즐길 수 있다. 소불고기, 소시지, 훈제 오리 등 메인이 되는 재료 13가지와 아보카도, 묵은지 등 토핑 5가지, 단무지, 오이 등 야채 6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밥도 백미와 현미·귀리, 흑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이 밖에도 샐러드와 포케(하와이안 샐러드), 그릭요거트 등 커스터마이징에 특화된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건강에 좋고 간편하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식사를 찾는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인별 건강 진단 결과에 따라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구내식당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워홈이 론칭한 ‘캘리스랩(KALIS lab)’은 건강 진단 데이터와 디지털 기기로 기록한 일상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식단을 제공하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 채널 등을 통해 1:1 영양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현재는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만 제공되지만, 앞으로 전국 아워홈 구내식당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사진_ 커스텀미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의 ‘커스텀미’는 내 피부에 맞는 맞춤 화장품을 만들어준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가 추천하는 커스터마이징
나이와 키, 몸무게 등의 신체 특징부터 식생활과 수면 패턴 등의 생활 습관을 입력한 후 식사 후 소화는 잘되는지, 낮에는 앉아서 일하는지, 눈이 자주 붓지는 않는지,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지 등 세세한 질문에 답하고 나면 분석을 마친 AI가 비타민D, 오메가3 등 나만을 위한 영양제 목록을 만들어준다.
헬스 스타트업 모노랩스의 AI 맞춤형 영양제 구독 플랫폼 ‘아이앰(IAM)’의 이야기다. 아이앰의 경우처럼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문가 못지않은 정확도로 개개인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한다.
얼굴 사진을 찍어 보내면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성분을 조합해 맞춤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아모레퍼시픽의 ‘커스텀미(CUSTOM.ME)’, 온라인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클릭하면 AI가 성별과 연령, 과거 구입 내역 등에 맞게 해당 상품에 어울리는 상의와 하의, 신발, 액세서리 등을 조합한 8가지 스타일을 보여주는 SSF샵의 ‘AI 패션 큐레이션’도 AI가 추천하는 커스터마이징이다.
모듈러 주택은 개인화된 주거 공간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주거 공간의 새로운 커스터마이징 솔루션, 모듈러 주택
취향에 맞는 건물을 만든 건축가와 논의해 완성한 나만의 집에서 사는 건 많은 이의 꿈이자 어쩌면 생활 전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주거 공간 커스터마이징의 새로운 솔루션으로 등장한 모듈러 주택은 건물의 주요 구성 요소들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실현하면서 빠른 시공 속도와 저렴한 비용, 지속 가능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2020년 설립한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주거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의 장점에 GS건설 자이 브랜드의 설계와 기술력, 인테리어 등을 더해 높은 수준의 주거 경험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역시 오는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을 연평균 3천 호씩 발주할 계획으로, 앞으로 모듈러 주택은 개인화된 주거공간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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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갖추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신차 가격 기준으로 현존하는 가장 값비싼 자동차는 롤스로이스의 컨버터블 차량 드롭테일(Droptail)이다. 이 차의 가격은 무려 2,500만 달러(한화 약 336억 원). 이렇게 엄청난 가격표가 붙은 가장 큰 이유는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4년에 이르는 제작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오너를 위해 철저히 맞춤 제작되는 세상 단 한 대뿐인 차량이기 때문이다.
총 4대 제작될 예정인 드롭테일 중 올해 8월 처음으로 완성된 ‘라 로즈 누아르 드롭테일(La Rose Noir Droptail)’은 고객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산 블랙 바카라 장미의 오묘한 색깔을 모티프로 자동차를 도색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제작 모든 단계에 걸쳐 고객의 취향과 경험, 비전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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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대량생산의 상징인 자동차 생산 분야 마저도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맞추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나만의 취향과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 이런 흐름에 발맞춰 몸에 지니는 소소한 액세서리부터 음식과 뷰티 제품, 주택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커스터마이징 제품과 공간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WRITER | KY 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