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아파트 브랜드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화 조경을 가진 단지’라는 일종의 기획 상품을 내놓았다. 이후 아파트 조경에 숲과 정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높은 주동을 둘러싼 공지에는 많은 식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단지 중앙의 생태 호수와 석가산 조성’은 가장 최근까지도 아파트 조경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사이 외관 디자인과 조화롭지 않고, 공간의 성격과 맞지 않는 조경의 과잉 속에서 단지들은 각자의 개성을 잃어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작년에 선보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아파트 조경, 즉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아파트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무들 사이의 공간과 지형에 주목하다 : 중앙광장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이 다른 단지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단순히 식재를 많이 심는 데 의지하지 않고,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모색한 새로운 조경 계획의 결과로 식재보다는 공간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조경의 전형으로 지켜져 왔던 석가산 대신 ‘블루 코어(Blue Core)’ 콘셉트의 수변 공간으로 조성된, 약 200m 길이의 모던한 느낌의 중앙광장은 그러한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중앙광장의 또 다른 차별점은 지형의 고저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모산에 면해 높은 남쪽과 도심 방향으로 낮은 북쪽 지형의 특성을 디자인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높은 옹벽이나 벽천을 설치하는 쉬운 방법을 지양하고, 단지 전반에 걸쳐 계단형 수공간을 조성하면서 완만한 경사의 보행로들이 연속될 수 있도록 계획한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접한 남측 블루 라운지의 수공간은 과도한 식재보다 심플한 구성으로 조성한 반면, 도시 환경과 연결되는 북측의 블루 오크 가든에는 다양한 수종을 풍부하게 배치함으로써 단지 주변의 맥락에 대한 적절한 수용과 대응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계산적인 식재 전략 : 숲과 정원과 산책로
개포동 189번지에 자리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콘셉트는 ‘1개의 중앙광장과 8개의 숲, 9개의 정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8개의 숲은 제주의 팽나무부터 구례의 산수유, 담양의 메타세쿼이아에 이르는 전국의 유명한 숲을 집 앞에서 즐길 수 있도록 재현했다. 단지 곳곳에 자리한 숲들 사이로는 완만한 경사의 보행로가 이어져 있어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연결되는 산책길을 제공한다.
2~3개의 동마다 하나씩 배치된 9개 테마가든의 벤치, 화단, 파고라 디자인은 주동의 모던한 외관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잔디밭, 분수, 맘스스테이션, 티테이블 등 각각의 정원이 테마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것은 효율적인 식재 전략에 따른 결과다. 단순히 많은 수량의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나무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인정 수량은 유지하면서도 실 수량은 줄여 용도에 맞는 적절한 공간을 창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조경 면적은 일반 단지의 1.5배 이상인, 단지 전체 면적의 47%에 달한다.
변화의 시작: 집으로의 여정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 나타난 조경 설계의 변화는 ‘집으로의 여정’이라는 자이의 고객경험 통합디자인 전략의 도입으로부터 시작된다. 단지 외부에서 집에 이르는 모든 시간과 장면들이 서로 개별적인 항목이 아닌 총체적 경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과거에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던 조경, 외관, 인테리어 디자인들이 협력적 관계망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성과는 ‘자연’ 그 자체가 아닌 편안하고 조화로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조경 설계와 시공까지 이어졌다.
GS건설 건축ㆍ주택디자인팀 박도환 책임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가 이룬 성취의 근원을 ‘이상적인 컬래버레이션’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마스터플랜을 세운 SWA는 도시 설계 부문에 강점을 가진 국제적인 조경 디자인 회사로, 특히 디즈니랜드의 조경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SWA는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설계 경험도 풍부해 디자인의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시공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구. 에버랜드)이 담당했습니다.” 이런 협업의 결과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은 새로운 콘셉트와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고, 이는 세계 조경가협회(IFLA), 세계 유니버설 디자인 어워드(IAUD) 같은 국제 대회에서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아파트 조경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자이는 우리나라 아파트 랜드스케이프 디자인과 설계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로 인정받아왔다. 풍성한 자연을 단지 내로 고스란히 끌고 들어온 조경으로 명성을 쌓아온 자이는 이번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을 통해 좀 더 모던하고, 지형을 현명하게 활용하며, 다른 디자인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입주민에게 통합적인 주거 경험을 전달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자이가 아파트 조경 설계와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은 다음 세대 아파트 조경의 바람직한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WRITER | SCO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