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1922년 ‘현대 도시(Ville Contemporaine)’ 계획안을 선보였다. 포화 상태의 도시에 모던한 공동 주택, 즉 ‘아파트 단지’라는 신개념을 제안한 것이다. 그의 제안은 세계로 확산되어 1932년 우리나라에도 ‘충정아파트’가 세워진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한국의 아파트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한국의 공동 주거 문화를 대표해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낡기 시작했다. 이런 노후 아파트를 진단하고 개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하임랩은 “좋은 집이란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작가 조이스 메이나드의 말과 뜻을 같이하며 구축 아파트 거주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우선 하임랩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임랩은 독일어로 집을 의미하는 ‘하임(Heim)’과 연구소를 뜻하는 ‘랩(LAB, Laboratory)’의 결합어로 ‘집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GS건설의 신사업 본부, 프롭테크(proptech, 모바일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 섹터에서 활동하면서 주택 유지, 보수 중심의 주택 후방 시장(Aftermarket)에 대한 사업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로 신축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미 지어진 후 기능적인 케어가 필요한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더 많은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 준공 18년 차 이상인 아파트의 비중이 60%를 넘어섰고, 20년~30년 차 아파트들의 노후화 속도도 가파르게 상승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노후 주거 환경에 대한 보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런 노후 주택의 외적인 문제뿐 아니라 배관이나 결로, 난방 등 겉으로 보이지 않는 기능적인 유지 보수 부분까지 책임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임랩의 ‘보여주는 집’을 살펴보는 이윤호 대표
그 결과로 ‘구축 아파트 진단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론칭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축 아파트가 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단열이나 결로, 누수 그리고 곰팡이, 악취 같은 문제가 발생되는 빈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형태를 떠올려보세요. 배관이 전부 매립되어 있고, 온돌이 깔려 있고, 세대들이 상하좌우로 밀집된 형태거든요. 이런 경우 노후화는 보이지 않는 곳부터 진행되어, 어딘가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발견됩니다. 집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는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수리 난이도도 높아지다 보니 소비자들 간의 분쟁도 종종 발생하죠. 그래서 구축 아파트에서 발생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확한 진단’이 꼭 필요합니다. 하임랩은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찾는 데서 출발해, 꼭 필요한 정도만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덕분에 ‘집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라는 회사 소개 문구도 나온 것 같습니다
하임랩은 ‘내 몸의 건강을 챙기듯 내 가족의 삶이 담긴 집도 정기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합병원’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우리의 대표적인 공동주택인 아파트 역시 우리 몸처럼 물리적인 수명이 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 수명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신축에서 재건축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집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우리 삶은 여전히 그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듯이 집 역시 믿고 맡길 수 있는 종합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보수업체가 있지만 구축 아파트 거주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우리만큼 전문적인 진단과 분석으로 잘 해결해드릴 수 있는 곳은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하임랩의 ‘보여주는 집’은 구축 아파트의 기능과 환경이 어디까지 개선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말씀하신 대로 주택 기능과 주거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존 보수 서비스와는 큰 차별점을 가질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구축 아파트는 평면 데이터 등 주거 관련 데이터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요. 도면으로 추측할 수 있는 단열의 정도나 난방 방식, 배관, 세대 위치 정보 등 주거의 물리적인 특성을 파악할 수 없다 보니 구축 아파트의 하자 진단과 보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가 힘들었던 것이죠.
하임랩은 GS건설의 50년 아파트 건설 실적에서 축적된 기술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IT 솔루션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19가지 점검 장비를 활용합니다. 구축 아파트는 리모델링 등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집단적인 하자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구축 아파트는 이런 데이터의 축적이나 그 축적에 기반한 서비스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임랩은 이런 주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임랩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어떤 점이 고객의 마음을 공략했다고 보시나요?
저희의 서비스는 유지 보수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고객 편의성을 고려한 다양한 소비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어 신뢰감과 만족도가 높습니다. 특히 노후 아파트의 문제들은 표준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인 접근과 표준화된 품질 관리가 더욱 필요합니다. 하임랩은 계약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정된 시스템으로 일관되게 처리하고 구매 과정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믿음을 얻었다고 봅니다. 또한 하자 보수는 물론 리모델링을 할 때도 소비자가 원하는 단계를 세부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 고객에게 더욱 신뢰감을 준 것 같습니다.
집을 지으면 십 년은 늙는다는데 집을 고치는 일도 그 못지않게 힘든 것 같습니다. 수리의 품질뿐 아니라 하자 발생, 불투명한 견적 등 믿을 수 있는 집수리 업체를 찾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요
맞습니다. 하자 보수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면이 신뢰도입니다. 한국소비자원으로 접수되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요약하면 주로 하자 보수 거부, 계약 미이행, 공사 지연, 추가 대금 요구, 부도 등 다양합니다. 하임랩이 신뢰감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정확한 문제 해결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고객들에게 기술적인 신뢰감을 주는 거죠. 진단 체크 서비스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시공형 서비스로 솔루션을 제안하고, 더 나아가 직영 디자이너와의 상담을 겸비한 홈 리모델링 서비스까지 확장 연계해드리니까요.
하임랩의 분명한 특징이 있습니다. 하임랩 엔지니어들이 고객을 만나 좋은 장비로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한 뒤 점검 수치와 시각화된 자료를 포함한 점검 보고서를 제공하고, 서비스가 끝난 후 변화된 부분 역시 정확하게 알려드리는 것이지요. 또한 시공 후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전화 한 통으로 간편하게 해결해드리는 부분 역시 저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임랩이 지향하는 미래 공동주택, 미래 아파트의 모습은 어떤 걸까요?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각자의 필요에 맞춰 자기만의 방식으로 큐레이션 하는 삶을 더욱 추구할 거라고 생각해요. 기능적인 쾌적함 또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디자인, 삶의 공간도 각 거주자가 우선하는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 변화될 것으로 생각해요. 이제는 집에 나를 맞추기 보다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을 만들며 집과 함께 숨 쉴 수 있으니까요.
하임랩의 2024년 계획,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지난 1년은 강남 3구 지역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단계적인 성장을 하고 싶었고 서비스의 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서비스 경험을 드리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죠. 올해는 시장을 서울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기능적인 완성, 고객의 취향을 담은 디자인의 홈 리모델링까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종합 주거 개선 서비스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바람직한 공동 주거 환경’에 대한 하임랩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의 선호는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하임랩은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기업이 아니라 집에 대한 고객의 고민을 해소하고 주거의 가치를 높이는 삶의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에 있는 전문가들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 역시 나름의 사명감이기도 합니다. GS건설이 만든 여러 영역과 소비자가 밀접하게 연결돼서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WRITER | SE BAE
PHOTOGRAPHER | CK OH
VIDEO DIRECTOR | FAM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