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혁신적인 건축 설계와 실험적인 건축재를 선보이는 SKM ARCHITECTS 민성진 대표는
자이와의 인연도 깊다. 최근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한강맨션 재건축(이촌자이더리버)을 통해
자이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건축가 민성진과 나눈 건축, 그리고 아파트 이야기.
건축가 민성진은 건축이란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삶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아난티클럽, 아난티코브, 세이지우드 등 유명 리조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그의 건축 세계는 주거, 사옥, 학교, 모델하우스, 주상복합을 아우르며 늘 진화하는 어법으로 신선한 화두를 던진다. 프로젝트에 뛰어들 때마다 새로운 관점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건축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일상에 기쁨을 주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하는 것이 건축가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민성진의 자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보자.
SKM ARCHITECTS는 어떤 건축 철학을 가진 회사인가요?
건축은 물과 공기와도 같습니다.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므로 그것의 중요함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에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지 못하지요. 수질과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듯 건축 환경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겁니다. SKM은 건축을 통해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일상에 기쁨을 주며, 공간이 일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SKM은 건축적 디자인이나 내외부 재료를 고를 때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지요.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며 미래를 밝게 볼 수 있는 건축물을 디자인한다’는 게 저희 철학입니다.
자이와 SKM이 처음 작업한 ‘자이 갤러리’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2007년, 서교동에 주택문화관을 짓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때 주택전시관은 분양을 위해 짓고 철거하기를 반복하는 모델하우스 개념이었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GS건설과 함께 복합문화공간인 ‘자이갤러리’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자이갤러리는 자이가 추구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1층에 필로티(Pilotis, 건물을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 올린 공간)를 두고, 자연을 적극 도입했지요. 건물의 중정(中庭)인 녹지 공간을 통해 건물 내부와 외부가 교감하는 자이갤러리는 기존 모델하우스와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게 1층에 문화 강좌를 여는 대형 강당, 요리 강좌를 여는 주방 등을 만들었죠. 꽤 오래 사용되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우리에겐 진보적이며 실험적인 공간이었고, 높게 평가를 받아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자이와 함께한 두 번째 프로젝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궁금합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35개동 3,375세대의 대단지인 개포 주공 4단지를 재건축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도심이지만 산과 면해 있어서 ‘강남 속의 리조트’ 같은 개념으로, 일상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디자인했지요. 평면이나 입면을 심플하게 디자인해서 전체 단지가 차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면서 자연과 어우러지게 했습니다. 공동주택은 법규가 까다로워서 건축가들이 꺼려요. 하지만 우리는 공동주택이야말로 건축가가 도전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 공간인 만큼 건축가들이 좀 더 정성을 들여서 아파트 설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에 자이와 함께한 한강맨션 재건축(이촌자이더리버)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한강맨션은 서울의 중심에 있어서 위치부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는 특별한 단지예요. 북한산, 남산, 관악산 축과 한강이 연결되는 곳이자 용산공원이 자리한 천혜의 자연환경에 있어요. 주변에 고층 건물 계획이 없어서 한강맨션은 남산-용산공원-한강까지 열린 전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중요성을 최대한 반영해 서울에서 주목할 만한, 모범이 되는 단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강맨션 공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계획 중이신가요?
단지에 초고층 타워 두 동을 배치한 덕분에 지상 공간이 매우 넓고 쾌적해졌습니다. 덕분에 아파트 단지에서 보기 힘든 넓은 공용 정원을 갖게 되고, 대부분의 세대가 한강 조망과 남산 조망을 누리게 되지요. 이런 이점을 살리기 위해 자연스러운 라인과 친환경 재료를 활용하려고 해요. 또한 풍부한 개방감과 조경 계획으로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배려할 예정입니다.
전체 디자인 계획은 나무의 수직적 요소를 차용해서 탁 트인 한강과 어우러지는 초고층 타워의 스카이라인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여기에 한강맨션의 과거 흔적인 백사장의 패턴을 연구해 동 배치와 형태에 반영할 예정이에요. 남산과 한강이라는 자연 요소를 가져온 유기적 공간, 굽이치는 한강과 산봉우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흘러가는 듯한 형태로 겸재 정선의 수묵화 <목멱조돈>처럼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주거의 본질, 주거의 트렌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예전의 집은 일을 마친 뒤 돌아가 쉬는 안식처이자 사적인 공간이었어요. 지금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기도 하고 아예 집을 일터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요. 코로나가 이런 현상을 더 앞당기고 있고요. 집이 공적인 공간으로도 기능하면서 지리적 위치도 중요해지고, 주거 공간에서 문화도 향유하게 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욘드 아파트먼트>는 아파트 그 이상의 가치를 찾는 매거진입니다. 민성진 님이 생각하시는 아파트 그 이상의 가치란 어떤 것일까요?
서울뿐만 아니라 뉴욕, 싱가포르, 홍콩, 베이징, 상하이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아파트가 중요한 주거 형태죠. 무시할 수 없는 양과 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주거는 사적인 공간으로 그치지 않고 공적인 업무까지 포함하며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어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집의 가치가 커지는 거죠. 사람들이 바라는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은퇴 후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들 중 상당수가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사무실을 따로 임대하지 않고 집에서 일과 휴식 등 모든 활동을 하면서 집은 ‘복합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도심에서 개인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고 지을만한 부지도 없죠. 저는 아파트 또는 주상복합 주거 형태가 매우 급속도로 발전하고 변모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우리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파트의 가치는 더 커질 겁니다.”
앞으로 자이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고 보시나요?
자이와 일하면서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갖고 발전시켜 나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대규모 건축은 아티스트가 작품을 만들 듯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자이와 SKM, 그리고 자이 입주민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이는 조화를 이루면서 모두에게 이로운 건축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WRITER | SE BAE
PHOTOGRAPHER | CK OH
VIDEO DIRECTOR | FAM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