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조율 - 자이매거진 | BEYOND A.
2029
INTERVIEW | EXPERTS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조율

심형준 DA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아파트 단지의 마스터플랜 계획 시 검토하는 항목에는 외부 도로와의 관계,
주차 및 보행 동선, 주호에서의 전망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입주자의 시선에 따라 펼쳐지는 광경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심형준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계 바깥으로 물러나 단지를 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팎에서의 시선을 동시에 살펴야 해요.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요.
도시의 조화로운 풍경과 이웃 간의 돈독한 관계는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아파트 단지의 마스터플랜 계획 시 검토하는 항목에는 외부 도로와의 관계, 주차 및 보행 동선, 주호에서의 전망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입주자의 시선에 따라 펼쳐지는 광경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심형준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계 바깥으로 물러나 단지를 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팎에서의 시선을 동시에 살펴야 해요.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요. 도시의 조화로운 풍경과 이웃 간의 돈독한 관계는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결국 균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의 질적 향상이 중요한 만큼 외부에서 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할지 고려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고요.” 심형준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여러 1군 건설사와 협업하며 고민해온 아파트의 미래 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요소 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데에서 조화가 싹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에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6·8공구) A10블록의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마스터플랜을 진행한 건축사사무소다. 현상설계 공모 당시 이들이 내세운 가치를 키워드로 뽑자면 역시 ‘풍경’과 ‘조화’다. “여기서도 단순히 바다가 잘 보인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입주자가 바다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끌어내도록 도울 것인지를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태도로 접근했습니다. 조망의 질을 살핀 것이지요.” ‘조망의 질’을 고려했다는 말은 바깥의 건물 배치, 보행로 구획, 조경 공간 디자인을 할 때도 시야각을 살폈다는 뜻이다. 어떤 풍경을 선보일지 각종 요소를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안팎의 조화를 만든 것이다.

2024년 입주 예정인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드넓은 오션뷰와 수변 공원, 차별화된 커뮤니티 등으로 일찍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처음 이 땅을 분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지리상 아무래도 바다를 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 때문에 오션뷰라는 사실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본디 그러한 환경적 조건으로 여겨졌고요. 하지만 저희는 이 대목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볼지를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저 바다를 보는 게 아니라 바다와 건축이 중첩된 풍경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수평선만 응시한다면 금방 긴장감을 잃고 지루해질 것입니다. 마치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이곳에는 여러 자연 요소와 사람의 움직임이 중첩된 경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 조망’ 대신 ‘바다 풍경’이란 표현을 쓴 것도 그 때문입니다.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6·8공구) A10블록의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조감도 이미지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6·8공구) A10블록의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조감도 이미지

그러한 해석이 아파트 배치에 어떻게 드러났나요?

해안가와 면한 가장자리에 4~5층 규모의 테라스하우스 영역을, 그 뒤편으로 고층 아파트 영역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조합을 통해 테라스하우스에서는 해안가의 보행로를 걷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아파트에서는 정원과 테라스하우스와 수평선이 중첩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주거 유형을 섞은 것은 독특한 시도였습니다. 다양한 삶의 공간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테라스하우스를 기획한 것인데, 평면 타입에는 복층 개념의 공간도 있고 넓은 테라스도 있습니다. 또 저희는 아이, 청소년의 공간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놀이터, 에듀키즈존을 공원과 나란히 두려고 했습니다. 더없이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건강한 자극과 안전한 공간을 제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테라스하우스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테라스하우스는 각광받는 주거 유형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복층이나 넓은 테라스처럼 개성 있는 공간에 대한 논의와 요청은 일찍이 우리 내부적으로 있었고 그 결과를 지금 마주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대신 발 빠르게 시대적 요청을 흡수한 덕택에 신뢰할 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실제 공간을 지금 만날 수 있게 되었고요. 단지 현재의 시의적 이슈로 인해 더 크게 조명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기획부터 준공까지의 주기가 꽤 깁니다. 대개 5~6년이 걸리죠. 그래서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미약한 신호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수요가 폭발적이라면 한발 늦은 걸 수도 있습니다. (웃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마스터플랜 차원에서 기존과 다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나요?

전반적으로 공간에 여유를 많이 두려고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든 여백은 조망권을 확보하고 시퀀스를 연결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옛날처럼 오션뷰라고 해서 해안가를 따라 빽빽하게 건물을 세운다면 사회 구성원들의 진정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아파트 배치 계획이 곧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태도이고, 그것이 브랜드 가치인 시대이므로 신중한 탐색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브랜딩 차원에서도 안과 밖의 시선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아파트 설계자는 내적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관심과 에너지 못지않게 외부에서 이 건물이, 이 장소가, 이 브랜드가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송도 랜드마크시티 17블록을 설계하면서도 그런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인근에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 있는데 그곳에서 국제 골프 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저희는 스스로 질문했죠. ‘만약 국제 골프 대회를 중계하는 카메라 앵글에 자이가 포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이란 브랜드를 어떤 식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보여지는 것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러한 요소도 놓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저희가 집요하게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터플랜을 계획하는 데에서 새의 시선(조감도)으로 보지 않고 자동차에 올라탄 승객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땅에 두 발을 딛고 걷는 보행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이 장소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죠. “그거 알아? 자이에 진짜 예쁜 길이 있어.” 이런 공동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원, 커뮤니티 시설, 상가 배치가 중요하고, 이는 건설사의 사회적 책무와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다행히 자이는 이러한 제안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은 그러한 일상의 순간들을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장소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죠.
“그거 알아? 자이에 진짜 예쁜 길이 있어.”

본인이 느끼는 자이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자이의 전문가들과 일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자연스러운가’입니다. 이 질문은 마스터플랜에서도, 평면 계획에서도, 하물며 브랜딩 관점에서도 나옵니다. 빨리 짓고 빨리 분양하고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전체 맥락에 어울린다면 새로운 디자인을 수용하고 실험하고 더 나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합니다.

실내 공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느껴집니다. 아파트 단지에 테라스하우스가 등장한 것처럼 외부 공간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소유한 외부 공간’의 중요성이 많이 커졌습니다. 바깥에 정원이 있다고 해도 옷을 챙겨 입고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것과 몇 걸음 걸어가 문을 열어젖히고 바깥으로 나서는 건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입주자들이 다시 테라스(베란다)의 회복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테라스는 빈 공간이지만 저마다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배어들 수 있는 대단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여겨보고 있는 실내 공간의 또 다른 변화를 꼽으라면요?

한번 들어보세요. 안방, 작은방, 거실, 부엌, 현관, 화장실, 다용도실. 어떤가요,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크기일지, 위치는 대략 어디일지 가늠할 수 있지 않나요? 방이 위계화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뚜렷하게 이미지로 떠오르는 겁니다. 그런데 이 위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부엌이 대폭 넓어지거나 현관과 다용도실이 확대되는 사례를 흔하게 봅니다. 사실 하루 중 안방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수치로 따져보면 안방이 그리 클 이유가 없습니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듯이 가족 형태가 너무나 다양해졌습니다. 반려동물과의 동거를 어떻게 윤택하게 도울지도 고민거리입니다. 아파트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웃음) 내가 보는 것만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세상의 다양성을 품으려는 노력도 부단히 함께 일궈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ditor | SH Yoon
Photography | SI Woo
Film | JY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