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 물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발적으로 ‘질러버린’ 충동구매품부터, 그때의 마음이 떠나 더는 찾지 않게 된 물건까지···. 쓰임이라는 본디 속성을 잃어버린 사물에 새 주인을 찾아 연결해주는 공간, 21세기의 우리는 그것을 ‘중고 마켓’이라 부른다. 올해 초 국내 모 언론은 “국내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3사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30% 증가해 7조 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 역시 최근 자체 조사에서 “현대인의 10명 중 6명꼴로 중고 물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44.5%가 최근 1년 이내에 판매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중고 거래가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중고 거래는 로컬 커뮤니티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최근의 중고 시장은 물건을 넘어 그 안에 깃든 타인의 취향이나 재능을 소개하는 공유경제 형태로까지 확장 중이다. 경제 위기와 위축된 소비 심리를 동력으로 성장해온 중고 마켓이 최근 희귀 에디션과 빈티지 아이템, 중고 물품을 꺼리지 않는 Z세대의 인식 변화와 미니멀라이프 열풍까지 더해지며 ‘쇼핑’을 떠나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그 어디에도 없었던 신유형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빈티지’, ‘앤티크’와 같이 시간이 축적된 물건의 가치를 높이 사는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중고 마켓이 성행했다. 영국의 검트리Gumtree, 미국의 넥스트도어Nextdoor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렌털 하우스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에 걸친 모든 품목을 판매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으며 중고 거래 시장은 전례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 의류 거래 사이트 포시마크Poshmark는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최근 나스닥에 상장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년 새 유례없는 인기를 끈 중고 거래 현상에 대한 CNN 비즈니스의 분석은 꽤 흥미롭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리세일 플랫폼에서 남성 백 소비가 20%가량 늘었는데 이는 마스크, 손 소독제, 장갑 같은 새로운 필수품을 휴대하기 위해서다. 레깅스, 후디 같은 운동복 거래의 증가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향후 중고 거래는 로컬 커뮤니티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67.1%
중고 물품에 대한 거부감 하락 지수.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의 분석에 따르면 남성(64.4%)보다는 여성(69.8%), 젊은 층일수록 중고 물품에 대한 편견이 적다. 중고 거래 경험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중고 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24,000,000 downloads
국내 중고 거래 마켓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당근마켓의 2020년 하반기 누적 다운로드 수. 론칭 후 1년 새 3배 성장했으며 월평균 24회, 앱 체류 시간은 하루 평균 약 20분이다. 전국 6577개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을 1억 2000만 회 연결시켰다고.
33%
밀레니얼 세대가 중고 마켓을 이용하는 비율. 세계 최대의 리세일 웹사이트 스레이드업ThredUP이 실시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전체 구매 연령대 1위를 차지할 만큼 중고 시장의 붐을 이끌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삶의 태도와 남이 사용한 물품에 대한 저항감이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silk scarves
실크 스카프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리세일 마켓 기관 리얼리얼The RealReal(REAL)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중고 제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1차 봉쇄령이 내려진 3~4월 사이 에르메스, 구찌, 샤넬의 중고 스카프는 거래가 24%나 상승했다. 재택근무로 화상회의가 일상화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명품 브랜드 스카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2,130,000 posts
지난 한 해 당근마켓이 무상으로 물건을 공유하는 ‘무료 나눔’ 게시 글 수. 로컬과 상생하는 모두를 위한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최근 중고 거래 시장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코로나19 취약층을 위한 마스크 무료 나눔에서부터 재능 기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ditor | NR Park
Illust | HK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