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테리어’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인테리어 트렌드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팬데믹 이후
우리의 생활 방식과 주거 문화의 변화까지 보여주는 플랜테리어를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알아본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인테리어’를 의미한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가 발표한 ‘2022 아파트 인테리어 키워드 & 트렌드’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인테리어 트렌드로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0.5%가 ‘플랜테리어’를 꼽을 만큼, 이제는 아파트 실내에서 온갖 식물과 함께하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다. 반려동물처럼 아끼는 ‘반려식물’, 고양이 집사에 빗댄 ‘식집사’ 등 관련 신조어도 익숙해졌다.
팬데믹 속 플랜테리어의 성장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플렌테리어 트렌드의 가장 큰 요인이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코로나 블루를 완화시키고 위안을 주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
플랜테리어의 시작은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일 것이다. 농업 정보 포털 농사로(nongsaro.go.kr)에 따르면 올해 3월~4월 SSG닷컴의 홈가드닝 매출은 2년 전보다 97% 급증했다. G마켓에서도 화분(40%), 모종(51%) 등 홈가드닝 관련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 네이버 키워드 검색 트렌드에서도 ‘반려식물’의 검색량이 ‘반려동물’을 추월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가드닝 시장 규모는 2021년 1,090억 달러(약 143조 3,350억 원)로 2019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발코니 가드닝 전성시대
단독 주택에 비해 아파트에서는 홈가드닝과 플랜테리어를 즐기기가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아파트 실내 공간은 연중 기온의 변화가 적어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 식물을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은 빛이 잘 들고 통풍과 배수가 원활한 발코니 또는 테라스다. 15도 이상의 온도와 배양토, 햇빛, 물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식물을 키울 수 있으니 지금 바로 시도해 볼 것.
화초도 좋지만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채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감자, 양파, 마늘 등 대부분의 채소는 비교적 쉽게 기를 수 있다. 호박, 오이, 후추, 가지 역시 왕성하게 잘 자라는 편. 공간이 좁다면 여러 칸으로 나뉜 선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서울시는 성인 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크기로 야외 발코니를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건축물 심의 기준 개정을 올해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발코니 가드닝의 전성시대가 머지않았다.
몬스테라와 공기 정화 식물
코로나19 이후 가장 인기가 급증한 식물은 몬스테라로,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 분석 결과 정보량과 검색량이 무려 71%나 늘었다. 손가락이 갈라지는 것처럼 크고 둥근 잎이 시원하게 뻗는 이 관엽 식물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고, 존재감이 확실해 플랜테리어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추천된다. 이국적인 모습과는 달리 적당한 햇빛과 온도(16~25도), 물 주기만 신경 쓴다면 집안 어디서나 잘 자란다. 단, 겨울에는 베란다나 발코니가 아닌 실내에서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 인기 높은 식물로 살아 있는 공기청정기, 공기 정화 식물을 들 수 있다. 식물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그리고 미세먼지를 잎 표면의 끈적한 왁스층과 잎 뒷면의 털에 흡착해 제거하고, 수증기를 내뿜는 증산 작용으로 오염 물질을 바닥으로 가라앉힌다. 암모니아 가스 제거 능력이 탁월한 관음죽, 다양한 공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스파티필럼, 새집증후군 대처에 효과적인 아이비, 유해 일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스킨답서스 등이 대표적인 공기 정화 식물로 꼽힌다.
플랜트플루언서의 발흥
플랜테리어의 인기에는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네이버 데이터 랩에 따르면 팬데믹 시작 직후인 2020년 ‘식물’ 검색량은 2019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SNS를 통해 자기 식물을 자랑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 그에 따라 최근 자신의 가드닝 라이프를 SNS에 공유하며 친환경적 삶을 확산시키는 플랜트플루언서(Plant-fluenecer)가 주목받고 있다. 유명 플랜트플루언서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은 구독자 수가 수만에서 수십만 명에 이른다. 작년에는 JTBC 프로그램 <독립만세>를 통해 가수 악동뮤지션의 수현이 집에서 대파를 키워 먹는 모습과 찬혁이 플랜테리어를 위해 식물을 쇼핑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아파트에서 플랜테리어를 실천하는 플랜트플루언서로는 영국의 소피 힐(@sophiesgaff)를 추천할 만하다. 눈 닿는 모든 곳에 식물이 있는 그의 아파트를 통해 집안의 가구, 가전제품 등과 조화롭게 식물을 배치하는 노하우를 익혀보시길.
스마트폰을 활용해 반려식물 관리법을 알려주는 서비스와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반려식물 관리 앱 ‘모야모’는 식물 관리에 최적화된 방법을 추천하며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한다. 식물 성장 관리 앱 ‘플리어리’는 물 주기 등을 잊지 않고 식물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식물 없이도 가능한 플랜테리어
플랜테리어를 위해 빛이 잘 들지 않거나 통풍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까지 식물을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도 소중한 생명이기에 적절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식물을 주제로 한 아트 포스터나 식물 세밀화, 사진 등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거나 식물을 모티브로 한 소품 등을 활용한다면 발코니나 거실 창가의 식물과 함께 근사한 플랜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고, 공기까지 정화할 수 있는 플랜테리어는 계속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로 중장년의 취미로 알려진 식물 재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 작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반려식물에 관심이 늘었다는 답은 51.1%였는데, 60대 이상(46.3%)보다 20~30대(61.1%)의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따라 보다 쉽게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LG전자 ‘틔운’ 등 가정용 식물 재배기 시장이 성장하고, 식물 씨앗 구독 서비스와 반려식물 호텔 등 플랜테리어 관련 신개념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식물의 푸르른 빛은 그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도 공간의 위상을 높여준다. 아파트에서도 플랜테리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려한 관엽 식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공기 정화 식물, 물만 주면 되는 구근식물과 물조차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다육식물, 그 어느 것이라도 좋다. 작은 화분 하나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WRITER | KY CHUNG
ILLUSTRATOR | MALLANGLUNA